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 Dec 06. 2021

마흔, 명품백 대신 장바구니를 들다

“10억 명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무기는 핵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이다.” 전 세계가 멈춰버린 지금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설마 했던 일이 사실이 되었다코로나 19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고 사망자 또한 계속 늘어나고 있다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고너무 많은 것을 버리고너무 많이 훼손한 인류에 대한 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연의 경고를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 하고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배달 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된다. 며칠 만에 분리 수거함이 가득 찬다. 

 

 

중국은 미세 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고 태평양에는 한반도만큼이나 큰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고래 뱃속에는 쓰레기가 가득하고 유전자가 변형되어 기형으로 태어난 동물과 식물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지구는 너무 더워지고 있고너무 많은 비가 내리고 있고너무 아파하고 있다기상이변은 동물과 식물을 병들게 하고 바이러스와 세균들을 배양시켰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학교에도 못 가고직장에도 못 가고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지만 현실이 되었다마흔당장의 편리함만 추구할 수 없는 나이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해야 한다 세상에 큰 업적을 남길 수는 없어도 지금보다 조금은 나은 미래를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다마흔거창한 논리와 논쟁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을 안다지금까지 사느라 바빠 신경 쓰지 못하고 살았던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현명한 소비와 버리는 것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관심을 갖자문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테이프로 몇 번이나 돌돌 감은 택배 상자바로 먹을 음식을 몇 겹씩 랩으로 싼 그릇잠깐 물건을 담았다 버리는 비닐봉지, 옷장에 가득한 옷들신발장을 가득 채운 신발쓰지 않고 쟁여둔 물건들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아들 녀석 교과서에서 아나바다 운동에 대해 소개한 것을 봤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바꿔 쓰고다시 쓰자.’는 의미를 가진 그 운동을 교과서가 아닌 현실에서 시작해보기로 한다물건을 아껴 쓰고, 바꿔 쓸 수 있는 것은 바꿔 쓰고,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은 다시 사용하고, 나눌 수 있는 물건은 나눠 쓰기로 한다나에게 필요 없는 것이 누군가에겐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나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교과서에서 배운 것을 시험 볼 때만 사용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알아간다앞으로의 세상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버려야 할지를 고민하지 말고 사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집을 한 번 둘러보면 필요 없는 물건들이 넘쳐난다이미 필요 없는 물건들이 넘쳐나는데 물건을 계속 사니까 버려야 할 물건이 계속 늘어난다세상엔 이미 너무 많은 물건들이 넘쳐난다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 쓸 만큼 넘쳐 난다환경은 나라만 지키는 것이 아니고지역 사회만 지키는 것이 아니고환경학자만 지키는 것이 아니고대기업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들 모두의 수고와 우리 한 사람한 사람의 실천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아이들은 음료수를 마시고 버릴 때 겉에 붙은 비닐을 떼고 버린다택배 상자를 분리수거할 때 주소가 쓰인 스티커까지 깨끗이 떼어낸다나는 말로만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살아갈 미래를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뭔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 어떤 좋은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을 들여야 하고 과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일상의 실천으로 배우고 느끼는 것 같다

 

 

비닐봉지를 처음 만든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종이봉투를 한 번 쓰고 버려 나무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번 써도 되는 가방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여러 번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자연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생각을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사람들은 비닐봉지도 한 번만 쓰고 버렸기 때문이다마흔명품백을 들던 손에 장바구니를 들기로 한다명품백을 들고 행복했던 때가 있다하지만 가방의 가격이나 종류가 그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이제는 그 가치를 실천할 때이다내 작은 몸짓이 또 나비의 날갯짓에 힘을 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16화 마흔, 그럼에도 걷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