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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Dec 07. 2021

마흔, 그럼에도 걷는다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그렇다고 남용하지는 마라.” 요즘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다몸 근육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하되 너무 사용하려고 하지 않고마음을 쓰되 너무 쓰려고 하지 않고뇌를 사용하여 공부를 하되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나이가 들면서 뭐든 과하면 탈이 난다는 것을 실감한다소화력이 떨어져 맛있는 음식도 전처럼 많이 먹지 못한다과식을 하게 되면 어김없이 탈이나 소화제를 찾게 된다읽고 있는 책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면 다음날 일정은 꼬이고 하루 종일 피곤에 쩔어 해야 할 일에 차질을 준다

 

 

걷기 열풍이 한반도를 지배했다유명 연예인은 걷기 예찬을 하며 책까지 출간했다인스타그램에서도 하루에  만보이만보 심지어 삼만보를 걸었다는 인증글이 매일 업로드된다열심히 걷고 또 걸어 몸무게를 감량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면 마음은 이미 달리고 있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 침대의 포근함에 정복당해 버린다한 해를 시작할 때 작성하는 ‘to do list’에는 어김없이 운동이 상위권에 자리를 잡는다남편은 집 근처의 호수 공원을 한 시간씩 걷자는 제안을 한다걷고 나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하자며 유혹한다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어떻게 맥주에 흔들리지 않겠는가은파 호수길은 예쁘고 걷기에 좋았지만 한걸음을 뗄 때마다 몸은 천근만근 되다운동 후 마시는 맥주의 맛은 몸이 힘들수록 더 맛있다

 

새벽에 걸으며 만나는 새벽별동이 트며 주변이 점점 밝아져 올 때의 느낌흐르는 땀을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의 시원함이 모든 세포에 각인이 된다밤에 걸으며 남편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보는 별빛은 세상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풍경이다언제 밤하늘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세상에 치여 술에 취해 근심에 눌리고 야근에 지쳐 밤하늘을 제대로 보지 못 했다몸은 천근만근이고 코끼리 다리만큼 무겁게 움직였지만 점점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속 잡념도 사라진다걷기를 하며 새벽별도 보고 밤하늘까지 볼 수 있는 보너스를 받을 느낌이다어떤 날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지름길을 찾아내기도 한다같은 시간에 걷다 보면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가볍게 눈인사도 한다노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저렇게 다정하게 나이 들자는 약속도 잊지 않는다이른 새벽에도 늦은 밤에도 사람들은 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자신의 일을 한다그리고 그 사이를 제법 여유로운 마음으로 걷는다분주함 속에 여유로움을 느끼며 걷는 나는 온전한 자유를 느끼기도 한다마흔사용하지 않으면 소용 없어지고 그렇다고 남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나이다땀을 뻘뻘 흘리는 운동은 아니지만 사드락 사드락 걸으며 몸의 근육을 움직여 사라지지 않게 한다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것은 몸도 마음도 가볍고 여유로울 수 있게 한다나이를 먹고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마흔이 내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만 있는 뇌는 제 기능을 잃는다나이를 먹을수록 뇌는 더 쉽게 손상되고 재생되지 않는다그래서 어쩌면 아이들보다 운동이 더 필요한 것은 성인일지도 모른다나이가 들어갈수록 열심히 운동을 하며 몸을 가꾸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편안히 한다면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운동과 뇌의 활성화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책을 읽거나 뉴스를 보고 칼럼을 읽으며 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며 중학생 아이와 초등학생 아이에게 꾸준히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시험 기간이라 시간이 없다며 운동을 쉬던 아이의 체력을 떨어지고 오히려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쉬던 태권도를 다시 시작했다운동을 다시 시작했으니 분명 아이의 뇌는 공부하기 딱 좋은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그 순간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노화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마흔걷고 또 걸으며 꺼져가는 뇌세포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한다어떻게 사십 대를 살아갈 것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사소한 그의 말이 데이트 신청 같기도 하고 그때 만난 그 노부부처럼 단단해지자는 고백 같기도 하다하지만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세상을 뒤흔든 바이러스에 우리는 점점 앉아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앉아만 있는 몸은 죽어가고 뇌는 활동을 멈춘다더 이상 우리는 사냥하며 동물에 쫓기고 자연과 싸울 필요가 없어졌고 생활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지만 실내에 갇혀 스트레스복부비만수면 장애불안우울과 싸우고 이제는 바이러스와도 싸우고 있다그럼에도 우리는 움직임을 멈춰서는 안 된다지금껏 그래 왔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다 보면 언젠가 하늘 가득한 미세 먼지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그러니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이자걷고 또 걷자마흔몸도 마음도 계속 움직여 고여있지 않아야 할 나이쉬어간 다는 핑계로 주저앉고 싶은 나이천천히 간다는 합리화로 게으름을 피우기 좋은 나이하지만 또 다른 명함을 만들 수 있는 나이할 수 있는 것을 더 깊이 할 수 있는 나이기도 하다마흔의 나이가 되면 걸으며 또 다른 자신을 만날 수 있다조금 어색하겠지만 낯선 자신을 만나면 또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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