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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대한 개와 고양이의 시선

'희망'에 대한 이해

by 개양이 CATOG

2016년, 세 번째 무릎 수술 후 1년간의 재활 기간이 또 추가되었고 재활센터에 쉬이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필 다친 곳이 다리였기 때문이었다. 재활센터와 가까운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불현듯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 대통령의 불의에 대 항하기 위한 시민들의 집회였다. 전 세계의 미디어가 한국의 선진화된 시민의식에 대해 찬사를 보냈고 나 역시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 비폭력 평화시위의 현장을 보도기사로 접하면서, 뭔가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아, 그래, 그래도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라고 느끼는 중이었다. 미디어가 비쳐주는 촛불집회 현장은, 힘든 내 상황을 작은 촛불들로 불을 켜주는 느낌이라, 간접적인 위안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할머니 할아버지는 촛불집회에 항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시고 계시는 중이었다. 정치적 성향은 신념을 반영하는 것이고, 가족 내 다른 정치적 성향은 갈등의 씨앗이 되기 충분하기에 마음이 괴로워졌다. 날마다 태극기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신세를 지고 보살핌을 받는 입장에서 마음이 괴로워졌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에 태어나서부터 7살 무렵까지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랐기에 마음이 더욱 괴로워졌다.


이럴 때는 개도 고양이도 아닌 개양이의 시선은 참 약이 된다.

첫 개인전에 가족들을 초대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제가 촛불집회를 보고 희망을 느껴서 촛불집회를 그렸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태극기 집회에 나가시는 것을 알게 돼서 그림을 그리면서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태극기 집회는 제가 지지하는 바가 아니다 보니 그림을 그리기가 매우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촛불 집회에 대한 이야기만 그렸는데 제가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같은 쪽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살핌 받으면서 괴로웠어요. 그렇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태극기 집회를 나가시는 이유도, 제가 촛불 집회를 지지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희망적인 방향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것에는 같은 마음 아닐까요?"


"그럼 그럼. 모두 우리나라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아 가족들 모두 쉬쉬하고 있었던 이야기가 갤러리에서 시작됐다. 어쩌면 개도 고양이도 아닌 시선이 다름을 이해하는 좋은 쓰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개양이가 물고 있는 공이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희망에 대한 두가지 다른 시선 1-3 , 25.4cm X 34.7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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