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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그램 Jun 22. 2023

월요일을 좋아하는 여자

일요일 늦은 저녁, 벌써 주말이 다 갔구나. 또 출근해야 하는구나. 맘속에는 아쉬움이 가득한데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간다.


내 마음속 목소리, ‘오예, 월요일이다!’     






셋째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4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처음 가던 날부터 나의 워킹맘라이프가 다시 시작됐다.


평일이면 초등학생 둘에 어린이집 원생 1명을 모두 등교, 등원시키고 나면 오롯이 직장인 이혜선으로의 시간이 시작된다. 업무로 들어가는 건 큰 감흥이 없지만 아이들 돌봄을 잠시 잊고 사회인으로서의 시간에 진입하는 그 순간이 매번 새롭고 좋았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는 5 식구의 매 끼니 식사부터 집안일의 무한반복이다.


아직 막둥이는 노는 게 제일 좋고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니 걸핏하면 밖으로 나가 에너지를 빼줘야 한다. 이제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큰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것이 많으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기에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가끔 교대근무가 주말에 걸리는 남편까지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 가족행사라도 있는 주말엔 정말 진이 빠진다. 흡사 평일 5일 치 업무를 이틀 동안 쉴 틈 없이 해내는 기분이랄까. 숨 가쁜 이틀을 보내고 나면 머릿속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월요일이 되면 나의 아이들은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남편과 나는 일해야 할 곳에서 각자 맡은 일을 시작한다. 오롯이 나의 의지대로 나를 위한 계획을 살아낼 수 있는 혼자만의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다.(물론 집 출근 하기 전의 시간을 말한다.) 그래서 오히려 월요일은 나에게 휴식 같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월요일이 주는 기쁨을 또 하나 꼽자면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다. 연말이 되면 계획한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새해가 되면 그 기분 리셋,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 맥락으로 월요일이 되면 지난 한 주 동안 아쉬웠던 부분을 이번 주엔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이 깃든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기회를 선물 받는 것 같다.     


매주 주어지는 월요일은 엄마로, 아내로 지친 휴일을 오직 나의 일과 나를 위한 사소한 계획들을 잠시나마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거기에 새로운 출발이라는 기분으로 좀 더 활기차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래서 나는 월요일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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