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크기도 좀 있는 소형SUV들은 인싸들의 자랑 문화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격이었을 것이다.
허세에 찌든 인싸문화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흥행 대성공을 한 인터스텔라
한국 외 국가에서는 흥행이 흐지부지했던 인터스텔라는 유독 한국에서 엄청난 성적을 보여주며 흥행에 성공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높은 수준의 과학교육을 받은 한국인들이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주입식 교육과 입시위주 교육으로 창의성 없고 과학에 흥미를 잃은 한국인들이 과학 수준이 높아서 영화를 잘 이해했다니, 지나가던 문과충이 코웃음 칠 이야기다.
필자는 인터스텔라의 흥행 당시 SNS의 상황을 아직도 기억한다.
물리는커녕 과학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인터스텔라를 두 번 세 번 재관람하며 마치 자신이 물리학자가 된 듯 영화의 수준에 감탄했다는 글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처럼
인터스텔라는 한국의 '지적 허영심'을 뼈저리게 잘 보여준다.
일회용품 문화
지나친 상업화가 지적되는 전주 한옥마을
인싸여행의 대표 성지인 '전주 한옥마을'
이곳을 방문했던 필자는 아직도 전주에 대한 실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마카롱, 꼬치, 추로스 같은 음식들의 한국을 대표하는 한옥마을에서 판매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국적불명의 음식을 한식이라 추켜세우며 한식 세계화를 논하는 한국 정부를 보는 것 같다.
전주시민들과 많은 지식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늘 지적해 왔지만
인싸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꿀타래가 궁중 다과인 줄 아는 인싸들에게
한식의 전통 따윈 지루한 TMI('투 머치 인포메이션'과도한 설명을 비판하는 신조어) 일뿐이다.
인싸들에게 한옥마을은 그저 인스타그램을 위한 스튜디오일 뿐이고
심심하고 따분한 한식보단 자극적인 맛의 꼬치 음식이 전주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국제전자상가
더 큰 문제는, 인싸문화의 힘에 밀려나는 B급 마이너 문화들이다.
'나 혼자 산다'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국제전자상가는 과거 만화, 게임마니아들의 성지이자 마이너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쉼터였지만
방송 이후 수많은 인싸들이 찾아오며 막상 이 곳의 주요 소비자였던 오타쿠들이 밀려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그저 SNS 자랑거리를 늘리기 위해 국제전자상가를 찾는 인싸들로 인해 밀려나는 주요 소비층들,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인싸들을 통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속력과 충성도가 강한 B급 마이너문화와 달리, 인싸문화는 지속력이 없는 '일회용'문화일 뿐이다.
골목식당 방송 후 논란이 끊이지 않는 포방터 돈까스
인싸는 결코 충성도 높은 손님이 될 수 없다.
골목식당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 늘 논란이 끊이지 않는 포방터 돈까스처럼, 마치 메뚜기 떼 같은 인싸들의 습격은 가게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상권 자체를 초토화시켜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의 힘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인싸문화의 문제점을 이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인간의 문화활동을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나눈다면
필자는 3~7등급을 인싸문화라고 생각한다.
3~7등급의 인싸문화가 계속 지속된다면, 한국의 문화는 점점 하향평준화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마이너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부 옳다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 문화인 만화문화는 1~2등급의 수준 높은 문화일 수도 있지만 그저 만화캐릭터의 상품성과
섹스어필만 내세우는 10등급의 최악의 문화일 수도 있기 때문.)
우리는 허세에 찌든 SNS의 인싸들을 보며, 조금이나마 깨우쳐야 한다.
자신이 아싸라고 한탄하지 말라, 아싸인 당신이 바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갈 주인공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