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인이었던 우리의 사랑 아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네가 내게 보냈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왼쪽 아래 숨어있던 네가 다니는 미국의 교회 이름.
글쎄 언젠가 내가 널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괜한 기대 때문이었을까.
떨리는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검색창에 그 이름을 넣었을 때 난 금세 얼어버리고 만다.
혹여 여기서 네가 나타난다면
내가 그토록 그렸던 그 미소가 날 발견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리의 단절된 시간 동안의 네가 혹시 올해의 눈처럼 이곳에 소복이 쌓여있을까.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찬 겨울을 맞듯이 움츠러들며 시간 또한 꼭 나처럼 멈춰버리고 만다.
내가 알던 세상 가장 예쁜 미소를 아련히 짓고 있는 그녀와 기어코 눈이 마주쳐버리고 만 것이다.
내가 너를 알기 전의 너부터 일주일 전 너의 모습까지.
화장기 없이 봄꽃처럼 한없이 터져버린 웃음으로 가득한 너.
내가 가장 좋아했던 머리를 하고 베이지색 카디건으로 그토록 안아주고팠던 어깨를 감춘 채 비스듬히 서있는 너.
내가 골라준 옷을 입고 너만의 일상 속에 자연스러운 너.
사람들 속에 섞여 저 멀리서 점심을 때우고 있는 너.
뒷모습뿐이지만 단번에 너인 줄 알아챌 수 있는 너.
그리고 내가 널 알기 전 조금은 어린 너까지.
나만의 일상에서 언제나 찾던 카페에 앉아 혹여 누가 들을까 숨을 죽이고 온몸을 떨어댄다.
홀로 터져버린 울음을 누가 알아챌까 닦아보지만 하염없이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짐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오며 사는 소주 한 병.
달라질 것이 없겠지만 취할수록 아프겠지만 너를 더욱 생생히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작은 방 한편에서 술을 들이붓는 만큼 또 눈물이 흐르는구나.
흐려진 시야를 손으로 닦아내며 너의 사진을 다시 볼수록 왜 이토록 눈물이 나는지 넌 알까.
적어도 나는 잘 모르겠다.
울상인 나와는 다르게 너무도 밝은 네 표정 때문일까.
나보다는 네가 덜 아파 보이기 때문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내가 없는 네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그래 나도 그 후로 웃어본 적은 적지 않으니 괜한 감정이겠거니, 네가 행복하니 다행일 테지’라며 마음을 추슬러보지만 무너진 마음은 술기운에 이미 추억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알지. 사람들 속에서는 언제나 애처로운 마음을 기어코 숨겼던 너를.
너도 홀로 이별의 정적을 느낄 때면 나처럼 울 거라고, 나를 닮았다며 샀던 강아지 인형을 끌어안고 울었을 너일 거라고.
네가 행복하기를 누구보다 바랐지만 한순간의 미소에 마음 상해버리는 이 모순은 나의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비추는 걸까.
네가 날 여전히 사랑할 줄 잘 알면서도 너의 고통을 사랑의 증거로 삼으려는 이 모순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일 거라 위로해야 하는 걸까?
너의 미소에 내가 얼마나 아파하든지.
내가 너의 환한 미소에 얼마나 더 깨져버리든지.
내가 얼마나 더 헛된 망상으로 너의 마음이 어떨 거라
멋대로 재단하든지.
내가 얼마나 너의 아픔을 보고 싶어 하든지.
너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 웃어주기를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