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철 Aug 10. 2024

악녀의 계략 - 2

“치우가 만나는 여자는 유혜원이라는 27세의 서울 병원 간호사예요. 이게 그 여자의 사진이고요.”

세두의 말에 지나가 사진을 보며 새침하게 내뱉었다.

“불여시처럼 남자들에게 꽤나 꼬리를 치게 생겼군. 더 정보는 없어?”

“가족은 아버지와 자폐아인 남동생이 있어요. 아버지는 전직 교사였고, 지금은 ‘천사의 집’이라는 가정집을 개조한 보육원을 운영해요. 그곳에는 고아와 장애아동 등 20여 명 정도가 있고요.”

“아버지가 보육원 원장이란 말이야?”

“네.”

“근데 어떻게 운영해? 아버지가 부자인 거야?”

“시에서 받는 보조금과 기부자들의 후원금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요즘 불경기라 성금이 줄어 어려운 것 같아요.” 

“빚이나 부채는 없어?”

“이걸 알아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원장이 친구의 보증을 섰는데, 무려 3억이에요. 연체 이자까지 합치면 3억 2천 정도고요.”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그녀는 뭔가를 감지한 듯 불같이 재촉했다.

“그 친구는 여러 곳에서 빚 독촉을 받아서 집을 나가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지 연락이 안 돼요. 그래서 보증인인 원장에게 대신 갚으라며 닦달하고 있어요.”

“어디서 3억이나 빌려줬대?”

“헬프머니라는 대부업예요. 그쪽에서는 채무자보다 보증인의 부동산이 담보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대출울 해준 거죠. 조만간 경매로 넘긴다고 해요. 갈 것 같아. 원장은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집은 얼마 나가는데?”

“마당이 있고 평수도 넓은 편인데 변두리라 시세로 8억 정도예요.”

순간 지나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인수하면 두 배 이상의 이익이 나겠네. 경매에서 유찰되더라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을 거고.”

“역시 민 여사님은 계산기예요.”

“아니, 컴퓨터야.”

“맞아요. 그것도 슈퍼컴퓨터죠.”

세두가 한껏 띄워주었다.

“조 실장, 수고했어.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연락할게.”

커피숍을 나가는 그녀를 향해 세두가 중얼거렸다.

“또 뭐지? 저 여자와 해골 싸움을 하려면 머리에 지진이 날 것 같은데, 미리 보약이라도 지어먹어야겠네.”


다음 날, 일식집의 밀실에서 헬프머니 직원과 세두가 만났다.

“우리는 빚만 받으면 누구에게 채권을 넘겨도 상관없습니다.”

“모두 얼마라고 하셨죠?”

“원금 3억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3억 2천만 원입니다.”

“그럼, 그 채권을 저희에게 양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면 돈을 드리죠.”

계약서 작성을 마친 세두는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주었다.

“이제부터 이 채권은 저희 것입니다.”

직원이 나가자 세두는 다시 서류를 수정하느라 바빠졌다. 순간 채권액이 3억 2천만 원에서 4억으로 늘어났다. 이어 그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이자는 우리 방식대로 급전으로 바꿨어요. 채무자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민 여사님,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세두는 거듭 다짐을 확인하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금문성과 차를 마시던 지나가 애교를 부렸다.

“나, 금 사장에게 부탁할 게 있는데 들어줄 거지?”

“웬일로 민 여사가 아양을 떠나?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글쎄, 친척이라 믿고 돈을 빌려줬는데….”

“얼마야?”

“원금은 3억인데, 이자까지 더하면 4억 정도 돼.”

“그 놈의 인적 사항을 줘 봐.”

“근데 며칠 전에 죽었어.”

“그래도 가족은 있을 거 아냐?”

“알아봤는데 완전히 빈털터리야. 하지만 보증인이 있어.”

“그럼 됐네. 해결해 주면 내 배당은?”

“20% 어때?”

금문성이 동공을 한 번 굴리고는 베팅을 했다.

“30%. 콜?”

“콜!”

지나는 속이 쓰렸지만 화통한 척했다. 더 큰 목적이 있기에 이 저울질은 의미가 없었다. 서류를 뒤적이던 금문성이 놀라며 말했다.

“친척이라면서 이렇게 이자를 세게 받았어?”

“친척이든 친구든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건 매한가지야.”

그는 학을 떼는 표정을 띠었다.

“보증인에게 현금을 받는 건 불가능해. 다행히 부동산이 있으니 경매보다는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게 유리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지나의 윙크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금문성이 세두를 부르려는 손을 그녀가 재빨리 잡았다.

“이 일은 조 실장 대신 치우에게 맡기는 게 어때?”

“왜 그런데?”

“보증인에게 돈을 받더라도 빚쟁이가 내 친척이라 나중에 친척들이 알면 내 입장이 곤란하잖아. 안 그래?”

“듣고보니 그렇네.”

“근데 조 실장은 일처리가 거칠잖아. 저번에도 사고를 쳐서 금 사장이 혼났다며?”

“어떻게 그걸 알았어?”

“나 천리경, 만리경 서너 개 가지고 있어. 하나 빌려 줘?”

그녀는 은근히 비꼬았다.

“말도 마. 채무자의 면상을 망가뜨렸지 뭐야. 그쪽에서 특수상해로 고소해서 원금만 받고 합의했잖아. 사건 담당 형사를 잘 알아서 해결했지만, 골치 아플 뻔했어. 김 형사에게 떡값에, 부서 회식비에 돈이 제법 들어갔어. 아마 조 실장이 충신이 아니었다면 벌써 파묻었을 거야.”

지나는 '충신'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일처리가 깔끔한 도 실장에게 맡기자는 거야. 그래야 친척들에게 소문도 안 나고.”

“알겠어.”

곧 세두가 방으로 들어왔다.

“조 실장, 치우에게 연락해서 내가 보자고 한다고 해.”

두 사람은 금문성 모르게 성공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전 08화 악녀의 계략 -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