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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Jan 01. 2023

고수들의 소원

그대 소원은 무엇인가

택시운전을 하는 김 씨는 일동보다 5살 많은 형님으로 동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일동과도 가끔 같이 운동하고 막걸리도 한 잔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김 씨는 욕심도 많고 여성을 좋아하는데, 특히 동네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기에 문제가 되었다.

늙고 젊고 간에, 여성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는 사람이다.

술이나 거나하게 취하면 행동으로 바로 표현하는 버릇이 있다.

여성의 몸을 슬그머니 어루만지는, 이른바 스킨십을 잘하는 것이다.

그런 서슴지 않는 돌발행동에 당황해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마음에 상처를 받는 여성도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는 여인도 있었다.

동네에서 소문나기가 겁도 나고 창피하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보통남자, 평범한 남자가 아닌 특별한 남자라고 할 수 있겠다.

바꾸어 말하면 카사노바 같은, 여성 편력이 강한 고수다.

무엇보다도 그런 남편, 김 씨를 잘 아는 부인이 항상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그녀 역시, 속담에 '홧김에 서방질'이라고 남편을 원망하며 동네 남자들과 술집과 노래방을 기웃거렸다.

한편으로는 동네와 가까운 절에 열심히 다니면서, 남편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를 부처님께 빌고 또 빌었다.

"형수님!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어? 동생은 여기 어쩐 일인가?"

"저는 이 절에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아~ 그래? 나도 자주 오지."

형수는 남편이 제자리에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절에 열심히 다녔던 것이다.

빌고 또 빌며 남편을 위해 절에 부처님을 의지하며 불도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런데 저 인간은 언제 왔지?"

"누구를...."

"유 씨 부인이지, 누구긴...."

"그렇네요, 유 씨 부인이 왔네요."

김 씨와 유 씨는 동네에서 형님, 아우 하며 절친한 사이다.

동네 사람인 유 씨는 동네 노래방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노래방 하기 전까지는 배를 탔는데, 노래방 하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유 씨가 한 창 배를 탈 때, 유 씨 부인이 운전연수하러 갔다가 운전학원 강사와 눈이 맞아 바람을 피웠다.

유 씨가 귀국해서 부인이 바람난 것을 목격하고, 부인과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복수로 그 강사부인을 강제로 추행했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완전히 배에서 내리게 되고 자신은 노래방을 차려 운영하게 되었던 것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새는 줄 모른다.'라고, 유 씨는 김 씨 이상으로 여성 편력이 점점 강해져 갔다.

유 씨는 자신의 아내에 대한 보복심리가 엉뚱하게 노래방에서 여성농락으로 자행되었다.

마침내는 김 씨 부인과도 노래방에서 뜨겁게 놀아났다.

그 틈새로 김 씨는 유 씨 부인에게 점점 접근하게 되고, 둘은 서로 모텔까지도 갔다는 소문이 퍼졌다.

결과적으로 본인들이 원하던, 원치 않든 간에 불륜의 관계로 치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불륜의 종말은 비극적이기에 일동은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동네 이웃들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점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일동과 절에서 나오면서 김 씨 부인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 인간을 위해 비는 것은 아니야!"

"그럼, 소원을 비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세요?"

"나 자신이지! 내가 부처님의 자비를 받아, 그 인간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맞습니다, 형수님부터 마음이 편안해져야 합니다."

"동생! 난 동생이 너무 좋아....."

"........."

"다시 태어난다면 동생 같은 사람하고 살고 싶어, 상냥하고 싹싹하지, 곱상하고, 말도 이쁘게 잘하지....."

"형수님! 저도 부족한 게 너무 많아, 부끄럽습니다."

"아니, 동생이 왜 부끄러워?"

"저희 집사람은 저에게 자기 마누라 비위도 못 맞춰주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남의 비위를...."

"호호호! 그래? 그래도 난 동생이 좋아~"

"........."

"동생! 우리 저기 카페에 가서 이야기 좀 더 하고 가면 안 될까?"

"죄송합니다! 제가 어디에, 또 가볼 데가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만나 이야기 좀 하자고~"

"예~ 형수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동은 그렇게 김 씨 부인과 헤어졌다.

집으로 오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김 씨가 유 씨 부인을 좋아하게 되고, 유 씨 부인도 김 씨를 좋하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김 씨 부인이 눈치를 챘고, 늘 견제를 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유 씨 노래방에 자주 나가다 보니, 김 씨 부인도 유 씨와 자주 술도 먹고 노래방에서 놀기도 했다.

김 씨 부인은 지금 유 씨와 자주 만나고 사귄다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김 씨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유 씨 부인과 사귀기에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유 씨 부인과 즐겁게 노는 게 급선무라, 그리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동네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김 씨인데, 김 씨 부인마저 같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리고 절에 다니면서 부처님께 소원을 빌면서, 진정성도 보여야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소원도 욕망도 어떻게 하는지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는 등 속담처럼 소문인지, 사실인지 말이 많았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이 사실로 바뀌면서, 다들 쉬쉬하고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본인들이 저지르는 일련의 행위가 소원인지, 욕망인지 몰라도 위험한 불륜행각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불륜의 관계는 복수와 탐욕, 이기심으로 뒤엉킨 암담한 현실이 되었다.

일동은 언젠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욕망에 언급된 글귀가 생각났다.

'사람의 욕망은 불과 같고, 물과 같을 수가 있다.

그것은 욕망에 대한 인식이 마음속에 어떤 형태로 자리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적당한 욕망은 인생에 있어서 생기를 불어넣어 인생을 활기가 넘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은 산을 오르는 등산객 마음같이, 자연의 섭리를 알고 자기 분수도 안다.

반면에 지나친 욕망은 폭풍우가 몰려오는 갯바위에서 고기를 잡는 낚시꾼과 같다.

낚시꾼들의 소원은 한결같이 대어나 월척을 꿈꾼다. 그렇다 보니 욕심도 쉽게 끝내기가  더욱 힘들다.

우리네 인생은 손님으로 왔다가 가는 것이지, 끝까지 고기를 잡으려는 낚시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일동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행위들이 마치 폭풍우 속에 낚시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박하고 인정 많은 동네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원래 김 씨도 성실하고 착한 사람으로 택시운전을 하지만, 아는 것도 많고 무엇이던 배우려는 열의가 있었다.

박학다식한 변모와 완벽한 탐구로 늘 동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김 씨 부인 또한 정숙한 부인으로 알려져 있고 열녀라 할 정도로 남편에게 잘해왔다.

일동에게도 자상하고 따뜻이 대해주는 김 씨 부부였다.

김 씨 부부와 친하게 지냈고 항상 허물없는 사이로 여태 어떤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 욕망이 지나쳤는지, 잘못 생각했는지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일동은 당당하고 자신 있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이러한 문제로 위험한 상황에 빠져 버린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진정 바라는 소원과 욕망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진정, 그 사람들의 참모습인지도 헷갈렸다.

천사의 모습과 악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것이 진짜의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다.



빌고 빈 게 어느 정도 소통이 되었는지, 아니면 세월에 못 이겨 돌아왔는지 몰라도 김 씨는 돌아왔다.

그런데 완전 서로 입장이 바뀌어, 김 씨는 부인만을 쫄쫄 쫄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물론 병도 얻었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인이 절대적인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어이! 우리 마누라 못 봤어?"

동네 올레길에서 산책하며 운동을 하고 있는 일동을 보며 김 씨는 묻는다.

"아~예! 형수님이 5분 전에 저리로 쭉~ 올라가던데요."

"어디로?"

"저기, 큰길로 나가보세요."

김 씨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쌩하니, 가르쳐준 대로 달려갔다.

김 씨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자, 관련된 모든 사람들도 제각기 갈길을 갔다.

유 씨도 그랬고, 유 씨 부인도 멀리 이사를 갔다고 했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에서 운동하고 산책을 하고 있어, 동네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누군가 그랬다. 소소한 일상이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행복이라고....

한 때, 자신이 무슨 카사노바가 되었는지 여자들을 좋아했던 김 씨도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될 것으로 생각했던 노래방 유 씨 사장님도

무엇보다도 김 씨 부인은 오로지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랐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게 너무 좋았다.

이 남자, 저 남자 모두 다 사귀어 말썽 많았던 유 씨 부인도 남편이 가장 좋았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의 소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판단을 못한 사람들이 이제는 뭔가를 느꼈다.

그것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어떤 감성과 이성이 비로소 자신의 자리에 잡았다고 할 수가 있겠다.

물론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련과 고통이 수반되었다. 돈과 사랑, 건강까지도 잃어버렸다

그래서 인생은 잔인한 교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소원도 찬란한 꿈도 모두가 올바르고 착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일동은 최근에 벌어진 동네 사람들의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나름대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과연 김 씨 부인의 소원이 부처님에게 전달되고,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주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스님! 우리 동네에 반가운 일이 벌어졌어요."

일동은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떤 좋은 일이 있었어요?"

"네~에! 아주 좋은 일이죠, 그런데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요, 관세음보살은 항상 중생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지요."

은사 스님은 이어서 자상하게 소상히 말했다.

불자들이 흔히, 부처님께 소원을 비는 일이 많다고 했다.

자녀들 좋은 대학에 가도록 비는 불자, 남편 승진, 부인 건강을 비는 불자, 기타 등 등 불자가 있다.

소원을 빌기 전에, 그보다 먼저 할 것이 있다고 한다.

관세음보살에 기도를 해야 한다.

왜 관세음보살이냐면, 현세에 바로 즉답하는 자비의 화신이기에, 관음예참과 발원 및 관음기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로 기도수행과 자비실천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수행 실천이나 목표 없이 소원성취만 희구한다면 기도에 영험이 있느냐 없느냐만 따지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리고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어둠에 치우쳐서도 안되고 빛만을 쫓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내 인생만 소중한 게 아니라 남의 인생도 소중하고 내 생각만 소중한 게 아니라 남의 생각도 소중하다.'라고 하며 자신을 잘 보고 남을 비교하지 말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듯이 정확하게 자신을 바라보라고 했다.

그리고 운명을 바꾸는 법도 말씀하셨는데 전생도, 현생도, 내생도 한 번 깨달으면 좋은 인연이 된다고 하며 깨달음은 운명대로 사는 게 아니라 운명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감동한다.'라고 했다.

즉 믿고, 빌고, 간절히 원하면 기적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업대로 살면 변화가 없다. 업대로 산다는 것은 습성대로 산다는 말이다.

습성대로 살면 개인에게 진화는 없다.

소원이 성취되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업을 넘어, 즉 내가 가진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어둠이 짙어야 빛이 더욱 밝아진다.

소원성취는 막연히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올바른 소원을 세우고 성숙한 소원이어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올바른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깨닫는다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깨달음을 얻는 동시에 소원성취로 가기 위해서는 실천방법이 또 있다.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며 실현 가능한 최상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히 소원성취를 이루어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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