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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Jan 01. 2024

겨울나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거사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네~에! 스님, 일이 좀 바빠서....."

"요즘도 바쁜가 봐요"

"그리 할 일도 없는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아직도 봉사활동은 하시는 지요."

"네!"

"좋은 일을 하다 보면 늘 바쁘지요."

"스님! 약사여래에 대해서 깊이 알고 싶습니다."

"누가 아픈가 봐요."

정공은 최근에 만난 친구의 딱한 사연을 말했다.

작년에도 아픈 딸 사정을 이야기를 꺼내, 기도하는 방편을 말해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위중한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어, 다급한 심정으로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옛날 폭행을 일삼는 아빠였기, 지금 딸의 병도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바가 컸었다.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아내까지 잃고 딸도 생명이 오락가락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정공이 구세주로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주를 보면서, 마음을 달리 먹었다고 했다

자신의 죄를 조금이나마 씻고 뉘우칠 수  있는 방편은 귀여운 손주를 정성을 다해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다.

"업장소멸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업장소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지난 일은 잊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지은 죄를 소멸한 후, 발원해야 지요."

스님은 잠시 자리에 일어나서 서재에 책 한 권을 꺼냈다.

"자~아, 이 책을 친구에게 주세요."

"이게 무슨 책입니까?"

"염불삼매인데, 부지런히 읽으면 업장소멸이 될 거예요."

스님은 사람의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이러한 기도와 염불이 도와준다고 했다.

"친구가 이해가 다되어 거사님을 찾으시면 그때, 또 방편을 해드리겠습니다."

정공은 절에서 나오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야? 내가 갈려고 하는데....."

"병원이야, 중환자실이라 면회가 안돼."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그래, 그래도 목숨은 건졌어."

"알았어, 고생이 많았겠구나."

정공은 친구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면회가 되지 않기에, 대기실에 있는 친구를 만났다.

밤사이 울었는지, 친구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몰골이 말 그대로 중환자다. 울컥했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하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건넸다.

둘은 병원을 나와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갔다.

"의사가 뭐래?"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대, 말 그대로 식물인간이지 뭐......."

"그래도 살았잖아! 또 기다리다 보면 의식이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래,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지, 기다릴 수밖에~ 한없이......."

"간병하는 사람이 건강해야 돼! 뭐라도 먹었어?"

"그보다 절에 다녀온 일은 어떻게 되었어?"

"응, 시간이 되면 이 책을 보도록 해."

"전에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잖아, 또 기도하는 책은 뭐 하러......"

"스님 말씀은 무조건 기도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게 아니래, 자신이 직접 깨닫고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어떻게?"

"자칫 맹목적인 기도가 될 수가 있어, 이 염불삼매를 해봐라는 거야."

정공은 스님의 말씀을 덧붙였다.

스님이 석존께서 묘법연화경을 설하시며 비유품을 인용하였는데, 경에는 아홉 가지가 있고, 그중에서

화택(火宅)에서 장자가 자식들을 구해내는 것을 비유하여 방편법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오면 자세히 방편법을 설명해 주겠다고 말했다.

"불교가 어렵네."

"불교도 엄밀히 따지면 세상살이 배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난 세상을 잘못 살아온 것 같아, 다시 새롭게 배워야겠어! 불도와 함께......."

"그래, 어렵지만 업장소멸을 위해 열심히 하다 보면 불타가 옆에 있는 것을 느낄 거야."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확신이 서질 않네."

"어떤 게?"

"뭐랄까~ 종교라는 느낌이 그렇다고나 할까......"

"종교라는 게 그렇잖아! 개인과 세계에 정신적으로 위안과 평화를 주는 거지, 특별한 의미가 더 있어?"

"그렇지만 맹신과 광신, 미신, 타 종교에 배타적인 것 등 부정적인 이미지도 갖고 있어."

"그래서 믿음이 가질 않는다는 거야?"

"나도 어릴 적에 교회도 다니고 했지만, 지금은 너와 같이 불교는 믿고 있잖아."

"믿어야 해! 믿음은 희망과 용기의 원천이 되고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야."

"꼭 어릴 적, 목사님 말씀과 같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어리라'라고 했지."

"아직까지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것 같네."

"사실, 모든 종교는 아니지만 일부 종교는 유일신 의식화로 좀 거부감이 들잖아."

"그렇지, 의식의 세계와 실재의 세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봐야지.......

"불교는 그런 면은 없는 것 같지만........"

"일부 종교가 그러하지만, 불교는 정말 다르지."

"불교는 유일신도 없고 무신론적 종교가 아니야?"

"맞아! 현실에서 이상을 찾는 것은  다른 종교와 비슷하지만, 자신 스스로가 부처님이  된다는 게  특별하지."

부처님이  된다고?"

"그래, 세상 모든 번뇌를 소멸하면 해탈, 즉 부처님이 되는 거지."

"............."

정공은 이어서 설명을 덧붙였다.

무상무념 상태, 즉 해탈에 이르기 위해 그렇게 한다.

이 상태야 말로 모든 번뇌가 일시에 사라진다.

어쩌면 불교 사상은 바로 이것을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하고 정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스님들은 수행하고 정진하며 끊임없이 깨달음의  길로 가는 것이야."

"그런데, 불교에서 말하는 업이란 뭐야?"

"쉽게 말하면, 우리의 행동이나 행위들인데..... 불교적인 측면에서 죄를 짓는 것을 말하지."

"어떤 죄?"

"몸으로 짓는 행위, 즉 도둑질, 삿된 음행을 말하며~ 입으로 짓는 행위, 즉 거짓말, 꾸밈말, 이간질, 험담, 악담 등이며~ 그리고 마음으로 짓는 행위, 즉 지나친 욕심, 화냄, 어리석음 등인데, 이 열 가지 행위를 말하는 것이야."

"그럼 이것도 소멸한다는 거야?"

"그렇지! 그래서 불자라면, 당연히 모든 번뇌와 죄를 소멸하는 게 바람이 아니겠어?"

정공은 스님께 들은 말씀도 전했다.

석존께서 설하신 법화경에서  믿음에 대한 이해는 비유로 설법한 것을 들음으로 믿음을 획득한다고 했다.

'그 믿음을 얻기 위해 깨달음에 들어가야 한다.

무지한 사람에게는 법화경 같은 경전을 말하지 말고, 오로지 믿고 지혜를 이루려고 하는 사람에게 말하라'

그래서 스님께서 이해를 하지 못하면, 다시 찾아오라고 했던 것이다.

"어쨌든 믿음을 가지고 딸의  건강회복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그래, 최선을 다하고 기다려보자."

정공은 친구에게 위로와 응원을 해주고 자신도 어떻게 도와야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 친구가 찾아왔을 때는 말 그대로 절박한 심정이었고 무조건 도와달라고 하면서 나를 붙잡고 애원했다.

그것은 차라리 절규(絶叫)에 가까웠다.

그런데 딸의 병이 점차로 위중하면서 의사에게도 살려달라고 매달렸고, 한편으로는 자신 없으면 병원을

옮기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그냥 지켜보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과거, 자신이 지은 죄가 너무

컸다고 자괴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정공은 이러한 친구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더 소상히 알기에,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해결하려 들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지금은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생살이, 세상살이 사는 게 다 고통이며 고행이다.

부처님 되는 길도 고행이며 수행자체도 힘들다.

다만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는 자만이 광명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

마치 죽었던 것처럼 앙상한 가지의 겨울나무가 봄이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듯, 생명의 신비가 움튼다.

혹독한 추위 속에 말라 삐뚤어져 죽어가는 나무 같지만, 껍질 속에는 새 생명을 탄생키위해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면서, 생동과 소생의 희망이 이미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나무든 사람이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 자만이 기적 같은 탄생으로 기쁨의 축복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정공과 친구는 다 함께 기도와 염불을 정진하기로 했다.

우리가 발원하고 염원하는 대상이 사람이든 신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 자체가 우주를 움직이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말이다.

결국 하늘을 감동시켜, 움직여야 하는 말과 같다.

우주가 이러한 살아있는 호흡과 생동을 보면서 분명 그 해답을 줄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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