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와 보디가드
"아빠! 이곳 날씨는 낮에는 물속이나 휴식을 하는 거야."
"그래? 그러면 물놀이나 할까 보다."
날씨가 더운 관계로 현지인들도 대부분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시원한 아침저녁 및 밤에 활동한다고 했다.
막둥이가 말해준 대로 숙소에 있는 풀장과 해변가로 나갔다.
"아빠! 필요한 것과 편의시설 이용 등 다~ 준비해 놓을게, 먼저 가 있어."
"오케이!"
막둥이는 여행 시작과 함께 통역, 시설, 인원, 숙박, 교통편, 주변 환경 등 일사천리로 정보 검색을 다했었다.
그러다 보니 정공은 막둥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었다.
누가 보호자인지............
막둥이와 이번 베트남 여행이 효도관광 및 호캉스를 넘어, 너무나 멋지고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것 같다.
그래서 막둥이는 그런 아빠의 표정을 보고 늘 묻는다.
"아빠! 쌀국수 맛있어?"
"응, 완전 내 취향이야........"
"아빠! 도미찜이 맛있어~ 쌀국수가 맛있어?"
"둘~다! 우리 막둥이가 추천하는 것은 전부 다 맛있네."
"아빠! 베트남이 좋아~ 몽골이 좋아?"
"현재로서는 베트남이 좋아!"
베트남 음식은 채소가 많고, 과일과 야채로 만든 요리도 맛있었다.
식성과 음식문화도 베트남 사람의 순수성과 선함에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막둥이가 잘 챙겨주어 맛있게 먹고, 시원한 물놀이도 즐거웠고 행복했다.
막둥이는 눈치가 9단이라,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며 빈틈없는 일정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막둥이와 여행은 눈으로만 호강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념과 생각,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이고, 인생은 곧 여행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
베트남 꽃길을 걸으면서 미래지향적 인생을 펼쳐지는 새로운 자유와 평화를 느꼈다.
막둥이와의 옛날 추억도 소록소록 떠올리며, 추상을 또 그려본다.
어떻게 보면 막둥이는 아빠가 살아온 것처럼, 그림과 독서의 문화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정공은 중학교 시절, 학교도서관에서 세계사에 푹 빠져 밤늦게 까지 책을 읽고 귀가했었다.
진작 한국 역사는 많이 배우지 못하고~ 이유야 다양하지만, 굳이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막둥이와 여행을 통해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고 받아들이는 데에 역량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 일찍 오행산에 갔다. 많은 탐방객으로 붐볐다.
날씨가 더워 땀이 연신 줄줄하였지만, 동굴 안에는 좀 시원했다.
날씨가 무더운 관계로 이동은 항상 아침 일찍 시작되었다.
오전 일정은 호이얀에서 구경하고 숙소에 와서, 역시 낮동안에는 물놀이와 호캉스를 즐겼다.
"아빠! 여행을 와서도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
"응, 그냥 늘 불경(佛經) 외는 거야."
"그런데, 아빠! 아빠는 해보면 경례하고 달도 보면 경례하는 거야?"
"그건, 불자(佛者)로서의 존경하는 대상에 대한 예의이지......"
"해와 달이 왜 존경스럽지? 신도 아니고........."
"해는 광명으로 온 세상을 비추어, 세상 사람들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부처님이지."
"그럼~ 달은?"
"어둠을 훤하게 밝혀,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관세음보살과 같지."
"그래서 아빠가 말하는 일천자가 대세지 보살이며, 월천자는 관세음보살이라고 했어?"
"어이구~ 우리 막둥이가 이제, 일천자와 월천자도 알았네."
"그럼, 일천자는 안내자이고 월천자는 보호자이네........."
오후에 일정은 영흥사로 갔다.
가는 동안 해변가로는 쭉 늘어선 해수욕장마다 바캉스를 즐기는 인원이 엄청 많았다.
오늘 하이라이트는 해수관음상 약사여래를 보는데 사원 경내에 서식하는 원숭이가 단연 인기가 일 순위였다.
사람들과 원숭이가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을 보는 재미가 솔솔 했다.
그리고 한 시장을 둘러보며 저녁을 먹고 야시장을 향하는데, 때마침 불꽃놀이 축제가 강 근처에서 열렸다.
수많은 인파가 다리 위로 모였다. 아름답게 강 위에서 비치는 불꽃축제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우리는 정말 가는 곳마다 축제요, 즐거운 볼거리가 늘렸다.
베트남은 낮보다 밤이 더욱 재미있다. 날씨와 관련, 밤에 활동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등행사는 강에서 하는데, 인산인해이며 불야성을 이룬다.
정공은 이번 여행에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절감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등 조상이나 부모님은 옛 인연이 되었지만, 지금은 가족이란 새로운 인연이다.
가족은 항상 새롭게 인연을 창조해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가족의 힘이, 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특히 노년으로 가는 현실 속에,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겠다.
막둥이가 대세지보살, 관세음보살이 어떻고 하지만, 가족이 부처님이고 대세지보살이고 관세음보살이다.
시대가 엄청 변화하고 속도도 빠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젠 AI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세대는 자식들에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비록 기계문명에서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건강, 시설, 인간관계, 화폐나 금융 등 모든 제반문제들이다.
세상살이가 여태껏 살아온 인생살이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는 자식이 부모를 보호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기대하는 작금의 현실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역할이 바뀐 상황을 마냥 바라보고 지켜볼 수만 없다.
물질적 세계가 그렇다 할지라도 정신적 세계만큼은, 여태 살아온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이드나 보디가드 역할은 할 수 없을지라도, 긍정과 희망적인 조언이라도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어느 주부가 집안의 가훈을 잡지에 기고한 글을 보았다.
"아이를 꾸짖지 말라. 네가 걸어온 길이다. 노인을 업신여기지 말라. 네가 걸어갈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