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미숙 Sep 21. 2024

가을바람

가을바람에 물든 마음, 단풍처럼 남기다


인생 에세이 1편 삶: 흔들리며 걸어온 시간들에 이어 삶: 내 마음속 이야기는 삶의 여정 속에서 마주한 수많은 순간들, 그때는 몰랐던 의미를 이제서야 되돌아보며 깨닫는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지나온 과거를 회고하고, 그 속에서 배운 교훈을 되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진솔한 기록입니다.





아이쿠나~ 그새 가을바람 스산히 찾아온다. 귀 기울일 때쯤이면 내 뺨도 툭 치며 속삭이듯 찾아와 심장을 친다. 단풍처럼 물든다. 가을바람 나뭇잎 사이사이 뺨을 스쳐간 잎새는 발갛게, 노랗게, 파랗게 멍들어 있다.


높이 날던 새들도 울긋불긋 잎새 위에 앉아 지지배배 음률을 그린다. 누가 새인지 나뭇잎새인지 알 수 없이 황붉은색으로 비취고, 따가운 햇살에 반사된 단풍이 내 뺨을 화사하게 기분 좋게 해 준다. 모든 건 그 자리 그대로인데 새로운 바람만 찾아들면 바뀌는 옷 색깔로 설레게 한다.


물 위에 떠가는 잎새들 또한 어디로 떠나가는 걸까? 조용히 다가와 부딪치지만 묵언으로 답해준다. 먼 산 뒤로 살포시 고개를 드밀던 작은 구름 한 조각은 어디로 숨어버렸나?


바람 따라 잠시 왔다 눈웃음 홀치고 홀연히 간다는데 잡을 길 없네.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만 대답 없이 지나간다. 내 삶의 여정도 알록달록 비바람 맞은 단풍이라 인사하지만 가만히 듣고만 간다. 하지만 아름답고 멋진 단풍잎도 있었다.


말해 주고 싶었다. 인생도 바람같이 홀연히 왔다 사라지는 것, 길지 않은 여행길 편히 쉬어가기 바랄 뿐. 언제나 가을바람은 내게 특별하다. 산에 있으면 산사람, 자연인. 산은 힘들다 투정해도 포근히 품어 줬다. 모두 내려놓고 자연 품에 쉬어가라 한다.


청량한 바람소리로 내 마음을 치료해 주고 세상 시름 묶은 바람 모두 가져간다 하니
맑고 깨끗한 것으로 바꿔주마 선심 쓴다. 바람은 예약 없이 소리 없이 내 가슴속에 다녀갔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표시해 주듯 살랑살랑 설렘
 가득 주고 갔다.


매년 다녀가는 가을바람이라도 다른 얼굴로 인사 온다. 언제까지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가을바람아~~


나는 어여쁜 바람으로 물들고 싶다. 세상 하나뿐인 멋지고 화려한 특별한 나무로, 아름다운 단풍으로 남겨지고 싶기 때문이지. 


올 때는 항상 가장 예쁘게 물들여 주고 떠나가려무나! 다음 가을엔 어떤 바람으로 만나려는지 기다리고 기대하며 있으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