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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숙 Oct 13. 2024

망부석 아드님 전상서

끝없는 기다림 속의 사랑

마음의 손길: 요양원의 하루 2 지난 8년간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매일 마주했던 어르신들의 삶과 그들의 깊은 눈빛 속에서 배운 인생의 지혜, 그리고 가슴속에 남은 감동과 슬픔의 순간들을 솔직하게 풀어냈습니다. 돌봄의 현장에서 느낀 보람과 함께, 때로는 힘겨웠던 순간들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와상으로 18년째 누워 계시는 어르신이 계셨다. 늘 아침이면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부터 손, 발까지 닦아드리면서 눈 맞춤을 하면 빤히 눈 빠지도록 쳐다봐 주신다.


"안녕하세요~" 방긋 웃음지며 인사드린다. 아신다고 눈만 깜빡여 주신다. 말씀도 못하시고 움직임도 자유자재로 하실 수 없는 중증 어르신이기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세 변동에 신경 써드리면서 말을 건네면 감고 계시던 눈을 뜨고 쳐다봐 주심으로 고마움을 대신해 주시는 것 같다. 


손을 만져드리며 어깨를 토닥여 드리면서, "어르신, 기분 좀 어떠세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등을 두드려드리며, "여긴 좀 아프시지 않으세요~?" 주물러드리며 말을 건네면 눈을 껌뻑이시며 응대해 주시듯 쳐다보시고 편안해 보이신다. 


이렇듯 오랫동안 모시면서 대화가 없어도 어디가 불편하실지 알 수 있기에 서로 소통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우울하신지 눈가에 눈물이 흘러 있어서 닦아드리며, "어르신, 왜~ 벌써 아드님 생각나세요~?" 빤히 쳐다봐 주신다. 그렇다는 신호다. 


당신이 싫으면 눈을 감거나 얼굴을 돌려버리는데, 간절하실 때면 빤히 쳐다보시는 눈빛이 간절함을 보이신다. 며칠 있으면 곧 아드님 오시니 걱정 말라 말씀드리면 얼굴빛이 밝아지신다.


자제분이 딸 넷에 아들 하나이신 어르신께서는 심심산골에서 그 옛날 딸들은 공부도 안 가르치시고 시집보내셨다. 따님들께서 볼멘소리를 해주셨다. 


아드님 한 분에게는 대학까지 최선을 다해 결혼시키신 이후 유난히 아들 바라기이시다. 얼마 안 돼 바로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효도 한 번 받지 못하시고 계속 와상으로 누워 계시는 중이셨다. 


얼마나 애틋하신 아들이신지 따님들 방문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시다. 아드님 방문하신 날은 잠시도 눈을 감지 않으시고 서너 시간 손잡아 드린 손을 꼭 잡고 빤히 쳐다보시며 눈물을 주르르 흘리신다. 


말씀을 못하시기 때문에 그냥 매주 아드님 면회 오시는 날은 아드님 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시고 애틋함을 더하신다. 아드님도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시고 망부석이 된 듯 오랜 시간 눈맞춤해 주신다. 어르신은 아드님 얼굴만 봐도 해피바이러스, 평안이 깃든다. 오랜 세월, 오랜 시간을 이렇게 견뎌 가신다. 정말 대단하시다.


따님들 오시는 날은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갈 때까지 주무시는 척하시는데, 왜 그럴까? 왜 옛날 어르신들은 아들만 찾으시는지 확연히 다름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온 아드님 효도는 집이 아닌 요양원 비용으로 대체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한결같이 따님들 하시는 말씀, "당연히 아들은 엄마한테 잘해드려야 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유난히 아들에게만 편파적이셨던 상황이 화가 나신 듯하다. 그 시절 어머님들 대부분이 다 그러했을 것이다. 아들 사랑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던 세대이기에 우리 세대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묻어두고 누워 계신 노모의 가슴 저린 모습만 있을 뿐이다. 살만 하면 부모님께서는 저 멀리 떠나가시려 한다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어머님은 모두 내주고도 더 모자라 못 주는 사랑인데 자식은 껍데기뿐이신 어머님 손가락만 만지며 눈물로 대신한다. 따님들 밉다고 하시면서도 수시로 찾아와 말벗해 드리고 주물러 드리지만 어르신 표정은 아드님에게 보내는 눈빛과는 너무 다르기에 곁에서 보는 우리는 알 수 있었고, 따님들에게는 서운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매주 번갈아 어머님 곁에서 서너 시간씩 있다 가는 따님들. 아드님 효성이 여느 부모보다 남달라 보였고 애틋해하시는 효사랑이 가슴 뭉클하게 하였다. 그 마음속 큰 사랑받은 효도를 함께 생활하며 나누지 못하는 불효 감정들이 얼마나 애달팠을까. 


부모 자식이란 끈으로 이어진 모정이 덧없이 느껴졌다. 이토록 오랜 세월 이렇게 누워 계셔도 아들이란 애달픈 끈을 붙잡고 하루하루 견디며 사시려는 힘이 대단해 보이셨다. 


어머니 사랑은 어느 끝점이 없음을 느끼게 하신다. 외로운 싸움을 언제까지 견뎌 주시려는지 잘 견뎌내시며 오래도록 이대로라도 아드님 손 꼭 잡고 행복 누리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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