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이야기 중 한 편의 제목이 "첫사랑"인데, 이 이야기 좋다! 마지막 문단만 옮겨 본다.
서른 살이 되던 겨울, 어느 저녁 그 여자는 세면대에서 발을 씻다 말고 갑자기 손을 멈춘다. 상처는 진작 아물어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 가시덩굴이 날카롭게 그녀의 발을 찔러올 때 입술을 악물었던 그날의 햇빛, 눈이 아리도록 바다와 논배미와 비포장 도로의 모래 먼지 위로 차올랐던 햇빛이 그녀의 차가운 발등 깊숙이 박힌다.
한겨울, 어느 출근길에 나는 주차를 하고 횡단보도 앞에 선다. 신호등이 들어왔지만 곧바로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찬 공기가 목을 타고 흘러 들어오고 목도리를 사서 하고 다닐까 한다. 뒤이어 중학생 때 넌 목이 추워 보인다며 목도리를 선물했던 그녀의 표정이 초록빛으로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