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인구 3만이 깨진 @@군이다. 난 &&면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내내 같은 친구들과 한 반이었다. 그래도 가끔은 전학생이 있었다. 아마도 황순원의 소나기 속 여자 주인공네와 과 같은 이유였을.
때로는 친구 혼자만 조부모가 계신 시골로 내려와 이 삼 년간 머문 경우가 있었다.
구름도 시름시름 늙어 아프면 땅바닥에 내려와 눕습니다 할머니
정거장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나는
그 늙은 구름들을 묻을
땅을 파고 놀았습니다
십 년을 그랬습니다 어느덧 할머니 당신이
정거장에서 나를 기다리며
그 늙은 구름들이 묻힌 땅을 밟고 서 계십니다
어쩌면 내가 묻어준 그 늙은 구름들 속에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몇 박스의 꿈들도
묻혔나 봅니다
할머니 당신이 이토록 작은 몸 웅크리며
떨고 있습니다
이제 마중 나오지 마세요 나도 이제 어른이에요
- 신기섭 '안개' 중 -
얼마만큼 시골인지는 숫자로 알 수 있다. 집 앞에서 탈 수 있는 시내버스의 횟수로. 우리 초등학교 주변 마을에는 하루 편도 9편의 시내버스가 있었다. 우리 집 기준 첫차 7시 10분, 막차 7시 40분.
우리 집은 마을 안길과 대로가 붙은 곳에 있었고, 정류장과 무척 가까웠다. 나는 여기서 누구를 기다려 본 적도 누가 나를 기다려 준 적도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여름 한철 시장에서 옥수수를 파셨다. 덜 더운 여름날 새벽에 온 가족이 옥수수를 꺾는다. 어머니는 우체부일 하시러 가시는 아버지 차로 시장에 가셨다가 퇴근하시는 아버지랑 같이 돌아오신다. 무더운 여름, 많은 먹거리가 팔린다. 나는 시원한 집에 머문다. 고작 나는 그것도 아주 가끔 더웠을 뿐인데. 시인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