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목을 매단 날
”Bye, Bye. Merry Christmas.“
‘쿵’, ‘쿵’, ‘쿵’.
코끼리의 발걸음으로 땅이 울리고 있었다. 코끼리 서커스가 끝나려면 한참 남았다.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고 있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아시아 코끼리 한 마리가 서커스장에 들어왔다. 나는 그 코끼리에게 '메리' 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별 뜻은 없었다. 그냥, 코끼리가 도착한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공연이 끝나고, 다들 서커스장을 나와 허겁지겁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메리와 단둘이 남았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나와 메리의 첫 대화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메리는 알아 듣기라도 하는 듯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메리를 찾아갔다. 서커스장 사람들은 메리를 무서워하거나 아예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저 메리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메리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조련사는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메리에게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서커스장의 경영 악화로 자신의 벌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일종의 화풀이였다. 메리는 공연에서 실수같은 건 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느 날, 사고가 터졌다. 메리가 조련사를 밟아 죽인 것이다.
코끼리 서커스에 열광하던 관객들은 사람을 죽인 코끼리를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서커스 단장은 사람을 죽인 동물을 살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나는 수긍했다.
거대한 크레인에 연결된 줄은 메리의 목에 걸렸다. 메리는 크레인에 목이 매달린 채 천천히 숨을 거두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메리의 상아가 썩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메리는 채찍질이나 학대로 조련사를 죽인 게 아니라, 상아의 통증으로 인해 몸부림치다 조련사를 밟은 것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서커스장에서 더는 코끼리를 이용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서커스 단장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코끼리가 도착했다. 단장은 내게 수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코끼리는 메리처럼 인기가 좋았다. 모두가 웃으며 즐거워 했다.
메리는 어떻게 됐냐고?
살인 동물에게 천국은 없다고 했던가, 메리의 시신은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상아 부분만 견고하게 잘린 채 백골만 남아 있었다. 들개들만의 짓은 아니었다.
‘쿵’, ‘쿵’, ‘쿵’.
코끼리의 발걸음으로 땅이 울리고 있었다. 코끼리 서커스가 끝나려면 한참 남았다.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고 있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빗자루를 땅바닥에 던지고 서커스장을 빠져나왔다.
“바이 바이, 메리 크리스마스.”
혼자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발걸음을 옮기고, 어딘가로 정처 없이 걸었다.
등 뒤로 서커스장의 음악과 함성이 들리고 있었다.
소설 : leeAjean
사진1 : geranimo
사진2 : becky p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