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솜사탕을 모른다. 하지만 그 질감은 안다.
창가에 앉은 채 손끝으로 창문 유리를 더듬었다. 차가웠다. 희미한 윤곽이만 보였다.
“무엇이 보이니?”
엄마가 물었다.
“하얀 것?”
내 말에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눈이 내렸어.”
나는 눈을 본 적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앞이 안보였다. 형태의 의미만 느낄 뿐 잘 모른다. 대신 눈의 감촉은 안다.
눈은 차갑고, 부드럽고, 금방 녹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꽃잎 같아. 땅에 쌓이면 솜사탕처럼 보드랍지.” 엄마의 설명이다.
상상했다. 하늘에서 꽃잎이 날리는 모습. 솜사탕 같은 땅.
“엄마, 나도 볼 수 있을까?”
엄마는 말이 없었다. 잠시후 어떤 손이 내 손을 감쌌다. 따뜻했다. 엄마의 손이었다.
“너는 이미 보고 있어. 마음으로.”
이해가 안 됐다. 눈으로 보지 못하는 데 어떻게?
엄마는 계속 말했다. “네가 느끼는 차가움, 부드러움. 그게 바로 눈을 보는 거야.”
생각했다. 차가운 유리창. 부드러운 솜사탕 같은 눈.
“그럼 나는 세상을 볼 수 있는 거야?”
“그래, 네 마음으로 볼 수 있어.”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후, 세상의 소리, 냄새, 촉감이 눈이 됐다.
바람 춤추는 소리는 나뭇잎이 되고, 토스트 냄새는 아침이 됐다. 따뜻한 손길은 사랑이 됐다.
세상은 아름다웠다.
학교의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물었다. “무엇을 그릴 거니?”
“눈 오는 날, 우리 집이요.”
연필을 들었다. 하얀 종이에 색을 칠했다. 차가운 창문, 따뜻한 집, 엄마의 손길.
그림이 완성됐다. 선생님이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렸니?”
난 대답했다. “ 마음으로 봤어요.
선생님은 말없이 내 어깨를 토닥였다.
보는 것은 눈만의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더 넓고, 더 깊고, 더 아름답다.
눈이 다시 내린다. 나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세상이 보였다. 하얀 세상의 모습이.
그건 차가움이고, 부드러움이고, 사랑이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에서 나는 자유인 됐다.
소설 : leeAjean
사진 : rom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