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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진 leeAjean Sep 04. 2024

[단편 소설]
가죽을 벗기고, 누군가는 열광했다.

이상과 형섭을 동경하며







달려보자.












 하긴 가끔은 저질러 버리고 싶을 때가 있잖아. 금을 밟고,  테이크 아웃 커피를 땅바닥에 던지고.


 그래, 무단횡단도 해보고. 괜히 돌을 주워 창문에 던지는 거지. 가게 주인은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거야. 경찰들도 출동하겠지. 퍽 웃긴 모습이려나. 뭐 어때, 다리에 힘주고 도망쳐야지. 달려, 달려, 저 멀리로.

 저 먼 고대의 시대에 닿을 때까지. 땀 방울이 코에 맺히고 목 라인을 따라 흐를 때까, 달리는 거야.
 바닷가에 거꾸로 처박힌 헤드셋을 파내고, 손으로 툭툭 털어내 머리에 쓰고, 검은 숲의 존재와 생각이 닿을 때까지.


 달려보자, 마침내 태양 빛이 밤의 끝에 내려앉을 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 거야. 깊은 잠을. 아, 어쩌면 행복한 꿈이었으면 좋겠지만. 뭐, 피차일반이겠지. 같은 말이 반복되고, 환상의 꿈나라로.



  푸른 피부를 한 사람들이 보였다. 누군가는 날개를 달고 있다고 말했고, 난 날개는 없다고 했다. 날개라면 눈에 보여야지 않은가? 거인들의 어깨를 예리한 칼로 발라내왔다. 가죽을 벗기고, 피부 조직을 채취했다. 누군가는 열광했다. 사실 누군가가 아니다. 모두가 열광했다. 멀어짐이란 그렇다. 긴 터널 속을 누구도 보지 않는다. 마침내 빛이 세상을 쬐고, 아 머리가 한 번 어질 해지고, 그러고 나서야 세상을 본다.


 터널이 얼마나 어두운지, 얼마나 길고 험한지는 보지 않는다. 멀어짐이란 그렇다. 난 그들의 터널을 이용해 세상의 빛을 대리로 끌어안았다.

 그들과 영적인 소통이 없기에 나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없다. 부자들은 가죽과 피부 조직을 비싼 값에 사갔다. 그 덕에 내 배는 지방으로 가득 찰 수 있었다. 이제 피부는 다 벗겨냈고, 혈액을 뽑아낼까. 주삿바늘을 꽂아 넣어 한 방울도 남김없이 뽑아냈다. 말라버린 흰 소가 보였다. 소의 흰자는 보이지 않았다. 소는 움직이고 싶어 하지만, 문득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혈액을 모두 뽑아버렸으니, 나를 원망하는 걸까.


 짧은 고민 터울에 나는 어느새 뼈에 톱질을 하고 있었다. 뼈가루가 튀고, 몸 이곳저곳에 흩뿌려진다. 입에도 가루 한 줌이 눌어붙었다. 퉤 퉤 퉤.














소설 : leeAjean

사진 1 : 이중섭(흰 소)

사진 2 : 문학인신문

사진 3 : bbanuka dils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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