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사람은 구름이 아닌 땅을 걷는다 ]
당신의 과녘
복수는,
원수와 자신을 같은 과녁에 두고 쏘는 화살이다
원수를 죽이면 나는 삶의 목적을 잃는다
시체와 빈껍데기를 만드는 일이다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면서도
매일 활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놈을 죽이고 싶은만큼
나를 살리고 싶다
꼽추의 아기
꼽추의 아기는,
매일같이 아버지의 굽은 등을 오르기에
또래보다 튼튼한 두 다리를 갖고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높은 등받이 때문에
일찍이 어깨너머로 세상을 알게된다
아이는 경멸과 동정의 눈빛을 구분할줄 안다
표현할줄은 몰라도 어떤 차이인지는 안다
아이가 웅크리는 것은
아버지가 부끄럽기 때문이 아니다
세상은 차갑게 말라붙어있다
***
본 블로그에 게시된 모든 시와 글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원작자의 명시 없이 본 블로그의 시와 글을 무단으로 복제, 배포, 사용, 또는 게시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