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사람은 구름이 아닌 땅을 걷는다]
사랑의 신호
가끔은 왜 그날,
수업이 아니면 마주칠 일 없을 우리가
함께 풀밭에 누워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같이 하늘을 봐서 다행입니다
마주봤다면 들킬 뻔했지요
입술은 바짝 말랐고
가만히 누워도 숨이 차올랐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고개를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짙은 까만색 눈동자 속에서
연한 갈색을 보게 될 때라는 걸요
그 색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래 들여다봐야만 비로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랑의 신호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자두
사랑이랬다.
여름의 끝에서,
입속에서 부서지던
차가운 열매와
한껏 상기된
그 붉으스름한 볼이
닿자마자 터졌던
달콤한 과즙과
만지고 싶었던
작고 뜨거운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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