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사람은 구름이 아닌 땅을 걷는다 ]
애착
어느 해 봄날,
봄비가 소리죽여 울던 그날 아침에도
나는 가지런히 공책을 펴고, 글을 쓰며
말라붙은 애착을 지워가고 있었다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았어도
애착은 끈질기게 붙어있었다
한때는 꿈이나 사랑으로 불렸던 것들이
이제는 없애야하는 곰팡이 같은 것이 되었다
나는 젖은 행주 대신에 펜을 들고
문지르는 대신에 감정을 토해내고 있다
날카롭지만 진심 없는 말로
나는 왜 네가 원하는 내가 될 수 없음을 설명한다
애착이 마지못해 고개를 떨구는 순간
오늘 내 영혼의 한 부분이 죽었다는걸 깨달았다
그렇게 천천히, 부드럽게
애착을 놓아버렸다.
빗물에 있는 곳
빗물이 있는 곳에 시가 있다
우산의 손 끝과
창문의 등 위로
나무의 피부와
식물의 틈새로
떨면서 주저하던 내 입술과
너를 보내야했던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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