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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 Sep 14. 2019

독일에서 알바를 구해보자

나 일하게 해 줘, 돈 줘!! 

 아르바이트, 알바. 알다시피 독일어 Arbeit(발음도 역시 아르바이트입니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한국에서는 파트타임잡을 알바라고 하지만, 독일에서는 일, 노동, 작업, 직업 모두를 아우르는 말로 파트타임잡은 앞에 Part time을 뜻하는 Teilzeit가 붙어 Teilzeitarbeit라고 한다.(풀타입잡은 Vollzeitarbeit) 

 아무튼간에, 드디어 나도 Teilzeitarbeit.. 아이고 길다 그냥 알바라고 할래, 알바를! 구했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5월 정도부턴 알바를 했어야 했는데 생각 외로 학교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에 첫 학기는 적응하는데 몽땅 쏟기로 하고 알바는 방학이 시작되는 7월에 구하는 걸로 미뤄뒀었다. 하지만 종강은 금방 다가왔고, 종강을 하자마자 찾아온 혹서에 이렇게 더울 땐 아무것도 안 해야 된다고 합리화하며 알바 구하기를 미뤘다. 그리고 그렇게 8월.. 두둥. 내년에 비자를 연장하려면 최소 5000유로 정도는 필요하므로 정말 이제는 알바를 구하지 않으면 죽음.. 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귀국추방뿐! 여기에 있으려면 무조건 알바를 구해야 했다. 

 한국에 알바천국, 알바몬이 있듯이 여기에도 비슷한 사이트가 있다. 내가 주로 이용한 사이트는 indeed였다.


https://de.indeed.com


 이렇게 원하는 직종이나 회사 이름, 키워드 그리고 지역을 입력하면 관련된 구인공고를 보여준다. 몇몇 업체는 이 사이트를 통해 직접 지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체 홈페이지나 회사 메일로 따로 지원을 받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광고만 여기 올려놓는다는 거지.. 대체로 이력서와 Anschreiben이라고 하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커버레터라고 나오는데 이 두 가지를 받는다. Anschreiben은 뭐랄까 자소서랑 비슷한 듯 다르다. 자소서는 자유형식이나 업체에서 원하는 형식에 맞춰 본인의 이러쿵저러쿵을 소개하는 거라면, Anschreiben은 일단 편지 형식으로 써야 하고, 지원하는 업체의 업무에 초점을 맞춘 소개글이다. 나는 어떠한 환경에서 태어나 꿈이 뭐고 좌우명은 뭐고 이런 거 보다도, 어떤 일을 해봤고 이런 일에 자신 있고 성격적으로 이런 장점이 있어서 이 업무에 잘 맞을 것 같고, 며칠부터 일 할 수 있고 뭐.. 이런 얘기들. 그리고 자소서처럼 길게 쓸 필요도 없이 A4 한 장 안에 간결하게 쓰면 된다. 간혹 Anschreiben도 안 받는 업체가 있지만 대체로는 다 받았다. Anschreiben은 구글에 검색하면 관련 팁과 양식들이 나오니 참고하면 된다.

 

 덧붙이자면, 나는 한인 레스토랑 같은 한인 업체들은 정말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었다. 일단 내가 사는 곳에서 다 멀뿐더러 솔직히.. 알바를 자주 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알바가 안 구해지면 그때 한인 업체로 눈을 돌려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어상의 문제로 한인 업체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분명 있을 텐데 그런 한인 업체들은 이런 indeed 같은 사이트보다는 오히려 페이스북 독일 구인구직, 유학생 네트워크 페이지나 베를린 리포트 같은 곳에 더 많이 올라온다. 확실히 indeed에 올라온 대부분의 업체들은 독일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잘하길 요구하는 데가 많았다. 나는 그냥 이런 데는 알아서 제꼈고, 내가 생각하기에 독일어를 그렇게까지 잘할 필욘 없을 것 같고 외국인들이 많이 일하는 것 같은 업체들(ex. 스타벅스나 H&M 같은) 위주로 지원을 했었다. 물론 이런 곳들은 경쟁률이 세겠지... 

 

 8월부터 매일매일 사이트에 드나들며 내가 할 만한 일이 있는지 찾았고 스무 군데 넘게 지원했지만 거의 다 거절 메시지를 받거나, 아예 답변조차 못 받았다. 방 구할 때 데자뷔도 아니고 이게 뭐람. 그렇게 또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직접 찾아가는 게 잘 먹히더란 글을 보고 나도 이제 그래야 할까 싶어서 카페 한 군데에 이력서를 들고 찾아가 보기도 했었다. 근데 그 카페 직원과 사장의 니까짓 게?라는 듯한 (위아래로 훑어보는)눈빛과 표정, 그리고 "네 이력서 보고 마음에 들면 연락 줄게"라고 말하는 떨떠름한 말투를 보고 '아.. 절대로 연락 안 오겠다.'라는 직감이 왔고 첫 판부터 사기가 꺾여서 직접 찾아가는 방법은 안 쓰기로 했다.(멘탈개복치..) 그러던 중에 거절 대답조차도 엄~~~~청 늦게 하던 다른 곳들과는 달리(심지어 아직도 거절 메일이 오고 있다..) 한 곳에서 내가 지원을 하자마자 다음날 칼 같이 면접 보러 오라고 답변이 왔다. 그곳은 바로 영화관! 독일의 멀티플렉스 체인 중 한 곳이었다. 


 면접이 근데 당장 모레여서, DM 가서 Baldrian이 들어간 진정제도 사 먹고 (그럼에도)몹시 긴장한 채로 면접을 보러 갔다. 그룹 면접 형식이었는데, 나 포함 10명의 지원자가 있었고 나만 또 아시안이었다.. 극장 측에선 세 명의 직원이 면접관으로 나왔고, 지원자들과 면접관들이 극장 로비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면접을 봤다. 진짜 프리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좀 놀랬다. 면접관들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해서 나는 당연히 뒤에 더 질문이 있을 줄 알고 한국에서 왔고, 여기에선 1년 반 살았고 지금은 대학교에서 영화 공부한다고만 말했는데 질문이 그게 끝이었다.. 나보다 면접관들이 극장 운영에 대해 설명해준다고 말을 더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자기 예전에 어떤 일 했는지 말하며 어필도 하는데 나는 별로 말한 게 없어서, 이것 역시 망했다... 고 생각하며 극장을 나섰다. 결과를 무려 10일 뒤에나 알려준대서 아이고 그 사이에 설마 알바 구하겠지 했는데


 못 구한 채로 10일이 흘렀다(..) 결과에 초연하고 싶었으나 막상 당일이 되니 엄청 떨렸다. 원래 모르는 전화는 절대 안 받는데 전화 소리를 듣자마자 아, 이건 100퍼 극장 측에서 건 전화다 싶었고 예상이 적중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기들과 일하고 싶냐고 물어고 나는 당근빳다죠..라고 당연히 대답하진 않았고 그 뉘앙스만 담아 Ja!라고 대답하자 막 웃으면서 그럼 우리랑 같이 일하자고 했다아!! 우어어!!! 알바를 드디어 구하다니!!! DSH 합격 확인 했던 날 이래로 가장 짜릿한 순간...! 


 그렇게 8월 22일에 첫 출근을 해서 지금까지 딱히 큰 사고는 잘 안 치며 다니고 있답니다. 다음 글에선 간단하게 한국과 독일의 극장 비교 같은 걸 해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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