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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Feb 04. 2022

교육철학 만들기

교실 이름 짓기

‘5-0, 5학년 0반’

‘6-0, 6학년 0반’


순서대로 정해진 이름에서 그 반의 교육을  향한 생각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내가 가르치는 우리 반은 ‘징검다리 교실’이다.

나름 ‘무엇을 가르칠까?’, ‘어떤 걸 가르칠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할까?’, ‘나에게 배우는 아이들이 내게 무엇을 배우면 좋을까?’등을 생각하고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지어보게 된 이름이다.

우리 교실에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징검다리 같은 아이들로 자라나면 좋겠다 싶은 그런 바람으로.


‘5학년 0반, 징검다리교실’

‘6학년 0반, 징검다리교실’

내가 가르치는 교실을 '징검다리 교실'이라고 이름을 짓고나서부터는 어떤 학반이든 뒤에 이렇게 징검다리 교실을 붙인다. SNS 학급 소통창에도, 아이들의 아이디에도 JGD(징검돌), 교실의 게시판에도, 아이들 공책 검사하는 도장에도 징검다리 교실이 드러나게 된다.


징검다리로 교실의 이름을 지은 건 하나의 노래 덕분이다. 이원수 선생님의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인 '봄은 언제 오나요'라는 앨범 속 5번째 노래, 징검다리. 아이들에게 우리 교실을 소개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3월, 아이들과 첫 만남 이후부터 아침시간엔 '봄은 언제 오나요' 앨범을 항상 나즈막히 틀어둔다. '마음이 착해지는 노래 듣기'라고 나름 의미를 부여하며, 그 음악을 아침마다 듣는다. 각자 아침시간에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듣는 거다. 앨범 속 모든 곡이 참 아름답고 좋다. 며칠이 지나면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아이들도 생겨난다.

1년 동안 음악시간을 활용하여 서투른 기타 반주를 하며 아이들과 노래를 부른다. '징검다리 노래책' 이라고 이름지어, 노래 가사 프린트물을 나누어 주고 하나씩 배워보는 거다.

언제나 제일 처음 불러보는 곡은 '징검다리'다.

먼저 바르게 앉도록 하고, 눈을 감고 듣게 한다.

아름다운 노래가 아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두번째는 함께 불러본다.

이 노래는 언제나 참 좋다.

  

비는 개었건만 물이 불어서

건너가는 사람마다 옷적시는 시냇물

영차 영차 돌을 모아서 팔짝팔짝 딛고가게 다리를 놓자

1학년 동생들도 울지 않고 건너고

꼬부랑 할머니도 발 안빠지게 건너고

밤이면 깡총깡총 산토끼도 건너게

돌다리 놓자놓자 꼬마 돌다리


노래를 함께 부르고, 이 노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물 속에 제 몸을 담그고

묵묵히 그리고 기꺼이

제 몫의 일을 해내며 살아가는 징검돌들

남들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쓸모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징검돌들

남들을 밟고 올라서기 보다는 기꺼이 자신을 다른 이들의 발 아래 내어주는 징검돌들

그 징검돌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모여 살아가는 징검다리 교실,

내가 꿈꾸고 실천해 갈 교실의 이름이다.

그렇게 살면 좋겠다 한다.


수많은 교실 가운데 선생님의 교육을  향한 생각을 담은 교실 이름을 짓는 것은 나다운 교실을 그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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