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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Jan 26. 2022

삶은 가꾸는 것임을 가르친다.

삶은 가꾸는 것임을 가르친다.

삶이란 가꾸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도록 가르친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내가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는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식물을 가꾸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쁜 화분에 씨앗을 심고 흙을 덮어 토닥토닥하며, “잘 자라라!”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어제 심어둔 화분에 쪼르르 달려가서 물을 정성껏 주기도 하고, 싹이 자라나고 키가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땐 동네방네 자랑하기도 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물을 너무 자주 많이 주는 바람에 식물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경험도 했을테고, 때론 물 주는 일을 잊어버리거나 식물이 자라는 속도가 너무 느려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다가 어느새 화분의 존재조차도 잊어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 바짝 말라버린 자신의 식물을 발견할 때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식물을 길러본 작은 경험을 아이들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식물이란 정성껏 가꾸어야 잘 자란다는 것애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누구나 주어진 하루를 산다. 매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고, 그 속에서 관계맺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만나게 된다. 시간은 언제나 공평하게 흐르므로 이 모든 일상들 또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학교에는 왜 가는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 왜 고운 말을 써야 하는지, 왜 친구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지 등 많은 상황 가운데 그 이유를 쉽게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그냥 되는대로 살게 되기가 쉽다. 물론 되는대로 사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삶을 가꾼다’는 개념을 알고나면,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내면을 더 들여다 보게 된다. 나아가 삶을 가꾸는 실천을 이어나갈 때, 아이들은 스스로를 대견히 여기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이겨낼 힘을 기를 수 있다.


수업은 아래와 같이 진행한다.


#1. 씨앗심기 즉흥극

: 상황을 제시하면 그냥 나와서 역할과 상황에 맞게 표현해 주면 됨

1 - 심는 사람, 꽃씨, 의자 하나

: 한 사람이 꽃씨 하나를 선물받고 예쁜 화분에 그 씨앗을 정성껏 심었어요.

: 그리고 물도 듬뿍 주었지요.

: 따뜻한 햇볕도 받을 수 있게 화분을 바깥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주었지요. ^-^

: 밤엔 너무 추워 화분을 방으로 다시 가져왔지요. ^-^

: 꽃씨는 행복했지요.

: 며칠 뒤 꽃씨는 예쁜 싹을 틔웠지요.

: 예쁘게 올라온 싹을 본 00는 참 행복했지요.

: 00는 싹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

: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 싹을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했지요.

2 - 심은 사람, 싹이 된 꽃씨, 가꾸는 상황

방해꾼(바람, 토끼,..)

: 자, 지금부터 여러분은 이 싹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상황들을 표현해 주어야 해요.

: 선생님이 상황을 이야기하면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이 나와서 그 상황을 표현해 주어야 해요.

: 바람이 너무 세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싹은 막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뽑혀나갈 것 같았습니다.

: 00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까요?

(심은 사람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칭찬)

: 싹은 00가 잘 가꾸어서 키가 좀 더 자랐습니다. 잎도 더 커졌습니다.

: 하루는 00가 집에서 기르려고 토끼를 한 마리 사왔습니다. 풀어둔 토끼는 여기저기 깡총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작은 식물을 발견하고는 엄청 먹고싶어졌습니다.

: 10초 뒤에 토끼는 이 싹을 먹습니다.

: 10! 9! 8! 7! 6!.....^-^

(심은 사람의 대처하는 모습 보고 칭찬)

: 혹시 방해꾼이 되어볼 사람?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방해꾼이 되어 상황을 표현하면, 주어진 상황에서 심은 사람의 대처 보기)

3 - 심은 사람, 꽃봉오리가 생긴 꽃씨, 가꾸지 않는 상황

(부재, 잊어버림)

: 00가 정성껏 가꾸어 준 덕분에 꽃씨는 더 자라서 꽃봉오리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곧 예쁜 꽃이 될 생각에 꽃씨는 아주 행복했습니다.

: 살짝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

: 오늘부터 일주일동안 00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 화분은 혼자 남겨졌습니다. 하루, 이틀, 꽃봉오리는 목이 너무 말랐습니다.

: 이 식물은 7일 째 말라 죽습니다.

: 1일, 2일, 3일, 4일, 5일,.. ^-^

(식물의 표현도 관찰하고 칭찬)

(심은 사람의 대처하는 모습 보고 칭찬)

: 마지막 상황입니다.

: 00는 화분에 자라고 있는 식물의 존재를 잊어버렸습니다.

: 1일, 2일, 3일, 4일, 5일,6일,7일.

(심은 사람의 대처를 보기! 이 장면이 가장 기대되는 장면이다. 벽에 부딪히게 만드는 장치다.)

4 - 인터뷰

: 00님을 잠깐 만나보겠습니다. 00님, 꽃씨를 열심히 가꾸셨는데, 키우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 꽃씨를 가꾸면서 제일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 꽃씨를 가꾸는 즉흥극을 하면서 제일 기뻤던 순간은요?

: 00가 열심히 가꾸었던 꽃씨의 이름이 뭐였게?

: ‘00의 삶’ 이야.

: 삶은 가꾸어 가야하는 대상이야.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즉흥극을 통해서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은, 내 삶을 가꾸며 살아야 한다는 거야.

: 꽃을 피우기 위해 물을 주고, 거친 바람을 막아주고, 버팀목을 세워주고, 짐승을 막아주고 했던 것처럼,

: 내 삶을 귀하게 여기고 보다 아름다운 내 삶을 위해 오늘을 가꾸어 나가야 해.

: 선생님이 준비한 선물이야. 이곳엔 자기 이름을 쓰면 되고, 꽃말엔 내 삶이 하나의 꽃이라면 자신은 어떤 꽃말을 가지면 좋을지 한 번 생각하고 적어봐. 이 봉투 안엔 두 가지 종류의 꽃씨가 들어있어. 이걸 주는 이유는 내 삶은 가꾸어 가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야.


이 수업을 통해 꽃씨를 선물하고, 활동의 의미를 확인한 다음, 미리 공지해둔 준비물과 모종을 활용하여 자신의 페트병 화분을 2개씩 만든다. 씨앗 심기용으로 하나, 모종 심기용으로 하나다.(실과 수업)

아이들은 당장 눈앞에 가꾸어야 할 대상이 생겼다. 매일 아이들이 화분을 가꾸는 모습을 관찰하며, 칭찬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삶은 가꾸는 것이라는 것과 계속 연결시켜나간다. (물을 주는 모습을 몰래 사진을 찍어두거나, 식물을 가꾸는 예쁜 행동들을 관찰했다가 아이들 앞에 칭찬한다.)

삶을 가꾸는 것과 연결시키는 것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도 내 입술을 가꾸는 일이며, 아이들이 정성껏 공부하는 모습도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잘 가꾸고 있다 한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꾸준히 연결짓다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더 나은 선택을 스스로 고민하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수업을 한 날, 학급소통창을 통해 아래의 글을 쓴다.


사랑하는 징검다리 교실 제자 여러분,

여러분의 삶이 하나의 씨앗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꽃말을 가지고 싶나요?^-^

선생님에게 받은 씨앗을 심고 나면, 그 다음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가꾸는 일이겠지요.

선생님은 씨앗과 모종을 가꾸는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의 삶도 가꾸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길 바랍니다.

함부로 내팽개쳐 버리거나, 가꾸는 것을 잊어버리면,

우리의 삶도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겠지요. 주인이 잊어버려 물을 공급받지 못한 식물처럼이요.. ^-^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

나누어 드린 씨앗들 보셨지요?

아주 작고 작은 그 씨앗 속에 귀한 생명이 들어있고,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씨앗의 모습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지요. 그 작은 씨앗들이 꼭 여러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작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아직은 잘 알 수 없고, 가꾸기에 따라 그 자람이 달라질테니까요.

매일 물을 주고 씨앗을 가꾸어 가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꿀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이 활동을 통해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랍니다. ^-^



그리고 이 수업 다음날부터 내가 쓰는 일기(학급소통창에 매일 하나씩 쓰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같은 형식의 글)의 첫인사는 항상 이렇게 쓴다.


'사랑하는 징검다리 교실 제자 여러분, 오늘 하루도 잘 가꾸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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