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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02. 2022

백신접종률 1등 국가에서 왜 백신 패스가 필요할까?

백화점, 마트 백신 패스 적용으로 백신 미접종자들에 대한 차별 수위를 더 높여버렸군요. 이제야 선을 넘었다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듯합니다만, 이런 문제의식은 유행 초기 개인정보 털어 동선 공개하고 소수 집단을 번갈아 가며 마녀 사냥할 때부터 가져야 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현재 이웃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사회가 정상화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서 "백신의 항원성 원죄"에 대한 글을 쓸 때, 계속 제 머리를 맴돌았던 단어 하나가 있었습니다. “K방역의 원죄..” 공존할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로 백신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알았다면, 그에 맞게 방역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2년간 의미 없는 확진자 수 헤아리기로 세월을 보냈던 K방역의 원죄 탓에, 그 누구도 궤도수정을 제안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버렸고 결국은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것만이 유일하게 남은 카드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강화된 백신 패스는 한 줌 남은 백신 미접종자가 타깃이 아니라 백신접종자에게 부스터 샷을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도입된 듯하고요.


수많은 돌파 감염 사례들로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적 제도가 사회적으로 허용된 이유는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어도 백신접종자의 바이러스 전파 확률이 미접종자에 비하여 낮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 듯합니다. 이러한 믿음에는 “확진자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에서 설명드렸듯, 왜곡된 정보를 앞장서서 전파한 방역당국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봅니다.


현재 백신이 델타 변이 감염과 전파를 막는 효과는 약 3개월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백신접종자에서 중증도와 사망 위험뿐만 아니라 감염 위험도 낮고, 바이러스 배출량도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 후 경과한 시간에 따라서 재분석을 해보면 백신의 감염과 전파 예방 효과는 급속히 소실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중증도와 사망 예방 효과는 상대적으로 오래 동안 유지될 수 있지만, 백신 패스란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감염과 전파 예방 효과>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이런 자료를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검색을 해보았습니다만, 쉽게 찾기가 어렵군요.


다음은 교도소 내에서 델타 변이로 확진된 95명의 죄수들 (백신접종자 78명 vs. 미접종자 17명)을 대상으로 매일 PCR과 바이러스 배양 검사를 하면서 추적 조사한 좀 특별한 논문입니다. 백신접종자 대부분이 접종 후 2,3개월이 지난 시기였으며 두 군 모두 대다수가 경증 혹은 무증상자였다는 점이 중요한데요,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백신접종군과 미접종군 간에 PCR양성률, CT값, 바이러스 배양 양성률의 변화 추이가 매우 유사합니다. PCR 양성률과 CT값의 경우 바이러스 배양 양성률이 0%가 된 10일 이후에는 의미 없는 결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점선 네모로 표시된 부분만 보면 됩니다. 이 결과는 두 집단의 바이러스 전파 확률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확진자 대다수는 백신접종자로부터 감염된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추정입니다.



다만 백신이 중증도와 사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 백신 접종으로 <중증환자 수가 줄어드는 정도만큼은> 바이러스 전파 확률을 낮추는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다시 한번 코비드 19 백신이란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게만 의미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감염된다 하더라도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 자체가 지극히 낮은 사람들은-건강한 성인, 청소년, 어린이-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개인적 이득도 없고 사회적 이득도 없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미접종자를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와 백신 패스 같은 제도가 삶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기만을 바라면서 어쩔 수 없이 백신을 맞고 있을 뿐입니다.


현재 방역당국의 당면 목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무조건적으로 늦추는 것에 있는 듯싶습니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곧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될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에는  현재 백신의 감염과 전파 예방 효과가 더욱 낮습니다. 따라서 철 지난 백신을 가지고 아무리 백신 접종을 계속해본들, 언발에 오줌 누는 격입니다. 지금이라도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패스, 동선추적 앱, 무증상 선제 검사와 같은 부질없는 일 중지하고, 방역이든 백신이든 고위험군과 진짜 환자에만 집중하는 것이 오미크론 변이와 그 후에 찾아올 다른 변이들에 대하여서도 최선의 대책입니다.


얼마 전 지금까지의 방역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몇몇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상황에 대하여 <성공한 방역의 역설>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현 상황에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할 분들이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K방역의 원죄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미래에 유사한 감염병 유행이 발생하면, 우리 사회는 또다시 그들이 성공이라고 명명했던 K 방역을 불러내어 개인정보 터는 동선추적부터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방역의 역설>이 아닌 <어리석고 위험한 방역의 예정된 실패>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만, 최소한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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