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와중에 최근 나오는 중국 관련 기사에 달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K방역이란 실상을 따져보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다를 바 없는 방역 정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방역 정책의 유사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개별 방역 정책들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방역의 목표가 얼마나 유사한가?>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확진자가 나오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쇠사슬로 묶어놓고 용접하는 일을 벌인 이유는 제로 코로나가 방역 목표였기 때문이고, 한국이 확진자가 나오면 휴대폰, 신용카드, CCTV를 동원하여 개인정보를 털어가면서 동선 추적한 이유는 확진자 최소화가 방역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제로 코로나나 확진자 최소화나 방역 목표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십보 백보입니다.
코비드 19 유행 중 각 국가가 선택했던 방역정책은 일견 매우 다양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게 분류하면 단 두 종류뿐입니다. 전파 최소화를 목표로 했나? 의료시스템 과부하 방지를 목표로 했나?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각 국가의 형편에 따라서 다양한 방역 정책을 펼 수 있는데, 그 과정 중에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겉보기에는 매우 유사한 방역정책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거리두기라도 전파 최소화가 목표인 국가의 거리두기와 의료시스템 과부하 방지가 목표인 국가의 거리두기는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과 한국은 끝까지 전파 최소화를 목표로 했던 대표적인 국가이며, 스웨덴과 일본은 처음부터 의료시스템 과부하 방지를 목표로 했던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겉보기에는 중국과 한국의 방역정책이 달라 보이고, 스웨덴과 일본의 방역정책이 달라 보이지만 <방역정책의 방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현 시점 스웨덴의 초과사망은 유럽권 최하위, 일본의 초과사망은 동아시아권 최하위로, 이는 의문의 여지없이 이들 국가가 가졌던 방역정책 방향성이 절대적으로 옳았음을 말해줍니다. 참고로 일본은 기시다 내각이 들어서면서 무증상 PCR 검사, 대규모 부스터 접종 등 우리나라 방역 정책을 따라가기 시작했는데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의료시스템 과부하 방지가 목표인 방역정책을 교과서적으로 완화 전략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유행 초기에 올렸던 "봉쇄전략, 완화전략, 그리고 영국의 집단면역"에서 설명드렸듯, 완화 전략은 자연 감염을 통한 견고한 집단 면역을 서서히 높이는 쪽으로 작동하고 봉쇄 전략은 집단 면역을 적극 억제하는 쪽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코비드 19 유행 전부터 호흡기계 바이러스 팬데믹은 완화 전략으로 대응해야만 전체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유행도 조기에 종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WHO, 미국 CDC, 파우치 박사 등을 포함하여 세상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던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코비드 19와 같은 바이러스를 두고 전파 최소화를 방역 목표로 해야 한다고 그토록 주장했던 걸까요?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이 모든 것이 백신 접종이라는 사건과 긴밀하게 연관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으며 장기 부작용을 알 수 없다는 코비드 19 백신의 문제점이 명백하게 드러난 현시점, 그들은 과연 자신들이 저지른 엄청난 오류에 대하여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고 있을까요? "팬데믹 사면을 원하는 그들, 그리고 대한민국 현실"에서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판단이었으나 선의를 가지고 한 일이었니 용서해야 한다는 Oster교수의 주장을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파우치 박사의 인터뷰를 보니 그 주장이 무색해질 정도로 어떤 반성의 기미도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코비드 19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날짜는 2019년 12월 말입니다. 그러나 무증상과 경한 증상이 많고 전파 속도가 빠른 바이러스 특성상 공식 보고 날짜 훨씬 전부터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2019년 가을에 수집된 각종 인체 시료와 환경 시료 분석에서 일찍부터 코비드 19 전파가 시작되었음을 시사하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존재하죠.
유행 인지 전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경험하고 지나갔던 코비드 19 혹은 이와 유사한 바이러스의 자연감염 규모는 유행 인지 후 한 국가의 유행 양상을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 제자리 찾아주기"에서 설명드렸듯, 이는 유행 초기부터 해당 지역의 코비드 19 사망률이 방역 정책, 경제 수준, 의료 수준에 관계없이 매우 낮았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위 방역만능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중국의 락다운, 한국의 동선 추적, 마스크 따위가 그런 역할을 했다고 믿었는데, 이러한 착각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코비드 19 유행전, 평소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수가 하루 수만 명, 한 달이면 백만 명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 추세는 유행 인지 후인 2020년 1월 말까지 계속되었죠.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특정 인물, 특정 집단을 유행의 주범으로 몰아서 마녀사냥을 벌이면서 전 세계가 감탄하는 K방역으로 국민을 세뇌시킨 국가가 대한민국입니다. 3년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두고 인민의 승리로 포장해 왔던 중국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요?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방역 및 백신 정책은 반드시 복기가 되어야만 합니다. 이미 감염병 관련 각종 악법들과 거대조직인 질병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K방역은 권력을 가진 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매우 위험한 사회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노 마스크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분노하기 시작했다는 중국인들은 최소한 <실외 마스크 100% 착용 + 실내 노 마스크로 먹고 마시고 떠들기>로 3년째 살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는 한국인보다는 더 용기 있는 국민인 듯싶습니다. 21세기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이 이토록 허무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