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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22. 2019

라돈 침대와 라돈 온천, 그 괴이한 공존 1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된다는 뉴스가 우리 사회를 강타한 후, 본인들이 사용하는 각종 생활용품들에서 라돈이 얼마나 검출되는지 확인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수십만 원에 이르는 각종 라돈 검출기가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와 있고 검출기 대여업이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화하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베크렐이나 피코큐리와 같은 난해한 용어들과 함께 세계 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수준보다 높으냐 낮으냐를 열심히 따지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휴양을 하기 위해서 찾는 장소 중 하나인 온천에 “라돈 온천”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보통 온천은 그 물에서 많이 검출되는 미네랄 성분을 가지고 승부하는 곳이 많은데요 이런 온천들은 라돈을 전면에 내세워서 승부를 한 거죠. 과학을 몰랐던, 무지한 시대에나 있을 법한 웃지 못할 코미디였던 것일까요? 

라돈은 세계 보건기구에서 인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하죠. 음.. 현실에서는 1급 발암물질보다 2,3급 발암물질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니 나중에 따로 해드리도록 하고 어쨌든 사람들은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하면 엄청난 공포감을 가지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피하고 싶어 하죠. 어떤 물건에서 1급 발암물질이 나왔다 하면 그 회사는 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고, 관리하는 정부 부처에서는 옷 벗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그런데 1급 발암물질 리스트를 쭉 보다 보면 자외선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햇빛에 포함되는 특정 파장 영역이죠. 햇빛은 광합성이란 그 경이로운 생명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고요. 그중 자외선은 요즘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부족해서 영양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비타민 D를 만들어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파장 영역입니다. 자외선이 1급 발암물질이 된 이유는 과다한 자외선이 피부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때문인데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만약 주위 누군가가 자신은 1급 발암물질인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만을 자나 깨나 생각하면서 산다는 누군가가 있다면 하루빨리 인연 끊으시기 바랍니다.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라돈에 대하여 접근하는 방식이 자외선을 완벽 차단하면서 살고자 노력하는 누군가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대부분 국민들이 그 지경이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정말 1급 발암물질이라는 라돈은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우리가 주위에 존재하는 라돈치에 촉각을 세우면서 사는 일은 나의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걸까요? 


먼저, 라돈과 자외선 이 둘은 지구 탄생 이래 생명체 진화에 끊임없이 관여를 해온 인자들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들은 진화 과정 중에 마주치는 놈들에 대하여서는 자신의 기능을 최적화시키는 방편으로 이들을 이용하는 법을 습득하게 됩니다. 이것이 진화의 법칙이죠. 따라서 비록 이 놈들이 현재 인간들이 만든 발암물질 리스트에 1급 아니 특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들은 생명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하여서 필요한 요인들이 되기도 합니다. 1급 발암물질이라는 자외선에 대한 적절한 노출이 육체 및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자외선은 햇빛일 뿐이고, 라돈은 그 끔찍한 방사선이 아니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라돈, 더 넓게 방사선으로 확장하면,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방사선과 관련된 대형 참사들에 대한 기억들이 또렷하게 우리 뇌리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진화 과정 중에 항상 공존해왔던 방사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팔자 좋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선량과 고선량을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작 봐야 할 문제는 보지 못하고 의미 없는 곳에 개인, 사회, 국가, 인류가 가진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끝없는 논쟁과 혼란만을 야기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반핵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안전한 방사선이란 없다”, “방사선은 제로만이 안전하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대중에게 전해왔습니다. 현재의 방사선 허용기준을 정할 때 "방사선은 제로만이 안전한 것이라고 가정하자"는 전제를 깔고 만들었죠. 그러나 허용기준을 만들 때 그러한 가정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에서 진실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당초 이러한 잘못된 가정을 두고 허용기준을 만들게 된 데에는 저와 같은 역학자들과 공중보건학자들이 지대한 공헌을 했죠.  이 이야기는 2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하루빨리 폐기 처분되어야 하는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도그마로 여전히 작동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정치, 경제,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자외선이 그러하듯, 그리고 현미 이야기에서 나왔던 파이토케미컬들이 그러하듯, 진화과정 중에 생명체와 상호작용을 해왔던 독들은 모두 “적절한 용량에서” 호메시스를 유발합니다. 방사선은 그중에서도 대표선수 격입니다. 생명체는 자신들이 가진 유지, 보수 기능들을 활성화하는 방편으로 이들을 아주 훌륭하게 이용합니다. 따라서 방사선은 제로만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 적절히 노출되는 것이 생명체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고, 이것이 오래전부터 라돈 온천이 성업해왔던 이유입니다. 


현재 반핵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방사선 호메시스에 대하여 가지는 거부감은 상상초월이며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합리적인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저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기에는 우리 사회가 치르고 있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방사선 호메시스를 비판할 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실험실의 세포 수준에서나 관찰되는 현상이지, 사람에서는 증거가 없다는 것인데요.. 사람에서의 증거라..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이 얘기 한번 좀 제대로 해보죠. 


To be continued (두번째 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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