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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Sep 12. 2023

뇌척수액의 순환

여덟 번째 이야기

일곱 번째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제가 경험한 이 모든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종양이 커진다는 것은 청신경에 대한 외부 압박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므로 청력은 더 나빠지는 것이 정상일 겁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반대로 드러났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은 MRI상 종양 크기는 커졌으나 종양이 청신경에 미치는 압력이 줄어들었을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단단한 콩을 물에 담궈 놓으면 크기는 커지나 점점 부드러워지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저한테 종양이 생긴 위치는 모두 뇌에서 만들어지는 뇌척수액이 전신순환계로 합쳐지는 곳에 생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이 장소에서 다발성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뇌척수액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의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의 등줄기를 타고 머리까지 올라왔던 그 알 수 없는 기운은 과연 뇌척수액의 흐름을 촉진시켜서 이 병합 부위에서 종양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던 걸까요?


뇌척수액은 뇌에서 림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모세혈관이 존재하는 곳에는 어디나 함께 존재하는 전신 림프계와는 달리, 뇌척수액은 뇌실질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단지 뇌의 외부를 둘러싸고 있을 뿐이어서 뇌실질에서 만들어지는 노폐물들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가? 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습니다. 최소한 제가 의과대학을 다닐 때 배운 뇌척수액의 주기능은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역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이 뇌척수액이 뇌혈관을 타고 뇌실질로 들어와 뇌를 청소하고 나간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죠. 관련 논문은 제가 <호메시스: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라는 책을 낸 직후 읽게  되었는데, 논문을 읽는 순간 바로 탄성이 나오면서 이 결과를 책에 반영시키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게 생각되더군요. 호메시스 책에서 제가 림프계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한 바 있는데요, 뇌의 림프계가 빠져있다는 것이 그 책의 아주 큰 결함처럼 느껴졌거든요.


현재 Glymphactic system이라고 명명된 이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숙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뇌파가 델타파로 빠지는 그 순간 가장 왕성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굳이 불면증은 아니라도 깊은 잠을 자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때 깨어있는 중에도 부교감신경우위를 만들어주면 이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평소 부교감신경우위를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느리고 깊은 호흡과 함께 마음관리 하는 법을 배우시는 겁니다. 


알고보니 제가 그 동안 했던 참장공과 태극권은 그냥 운동이 아니더군요.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대표적인 명상 운동이죠. Glymphatic system에 대한 연구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왜 MRI상 종양 크기는 커졌으나 청력은 좋아졌는지 충분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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