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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Nov 08. 2023

빈대의 습격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2월, 무증상, 경한 증상이 대부분인 호흡기계 바이러스를 상대로 국가가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놀라운 일들을 보면서 “신종코로나,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건 아닐까”라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24년을 앞둔 현시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초가삼간이 서서히 타 들어가고 있는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고요. 그 초가삼간은 이미 백약이 무효인 상태로 접어들은 듯 싶습니다. 


제가 그동안 이 브런치를 통하여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메시지는 <감염병에 대한 현재의 패러다임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잘못된 패러다임을 맹신하는 전문가들과 그들이 정부와 합심하여 만들어낸 각종 사회 시스템이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망치게 되므로 코로나 사태에 대한 복기가 그 어떤 정치, 사회적 이슈보다 중요하다고 보았죠. 특히 K방역에 대한 환상이 완벽하게 지배했던 한국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복기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세월은 흘러가고, 갑자기 벼룩, 아니 빈대소식이 등장합니다. 


빈대, 모기.. 둘 다 오십 보 백보인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들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기에게 피를 빨려도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던 한국인들이 갑자기 빈대소식에 난리가 났군요. 빈대는 특별한 감염병을 옮기는 해충이 아니라 성가시고 혐오스러운 흡혈 곤충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인들은 빈대를 페스트라도 옮기는 해충 급으로 인식한 듯 싶습니다. 코로나19를 에볼라급 감염병으로 인식했던 일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 같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정부가 무려 총리실 주관으로 정부합동대책본부를 발족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지금부터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빈대 의심 신고 건수 및 사실 여부, 대처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주 단위로 발생 추이를 파악하겠다고 합니다. OMG..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앞으로 모든 언론은 매주 대책본부에서 발표하는 숫자를 인용하여 빈대 관련 뉴스로 도배를 할 것이고, 국민들은 신고건수를 일일이 모니터링해 가면서 안전한 장소와 안전하지 않는 장소를 확인할 겁니다. 신고건수가 많았던 지자체들은 민원이 폭증할 것이고 빈대가 출몰한다고 알려진 장소뿐만 아니라 모든 장소들에 대한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가 수시로 벌어질 겁니다. 비슷한 일이 신고가 없었던 지자체에서도 당연히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들은 항상 선제 대응을 최선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정부합동대책본부가 해체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이 그동안은 빈대 청정국이었다가 최근 와서야 빈대가 해외로부터 유입된 걸까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21세기가 되면서 많은 국가가 빈대 급증을 경험했는데 이는 bed bug  구글 트렌드만 확인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검색 다빈도 국가들을 보면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 등 한국인들이 수시로 여행다니는 선진국들이 다 포진하고 있고요. 



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약 10년간 한국 질병청에 접수된 빈대 관련 신고는 9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빈대 의심신고 건수가 30건으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즉, 현재 빈대가 급증한 이유는 청정지역이었던 한국에 빈대가 새롭게 유입되었다기 보다는 최근 빈대가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우리 사회가 제공한 탓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조건은 코로나 사태와 무관할까요? 


빈대는 20세기 중반까지 매우 흔한, 그냥 현재의 모기처럼 인간과 공존하는 곤충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mRNA백신과 노벨상, 그리고 DDT 이야기"에 나오는 DDT와 같은 강력 살충제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사라졌다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죠. 현재 등장한 빈대는 인간이 개발한 대부분 살충제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이미 내성을 갖춘 상태입니다. 


인체 건강에 미생물이 핵심이듯, 빈대와 같은 곤충의 생존과 번식에서도 미생물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면 곤충들이 살충제에 대하여 내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생물들이 깊이 관여함은 이미 잘 알려져 있죠. "방역소독제, 흡입하면 해롭지만 닦아 쓰면 괜찮다?"에서 코로나 사태 동안 엄청나게 사용된 소독제로 인한 폐해가 조만간 인간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급증한 빈대.. 그 신호탄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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