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RNA 백신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무명의 연구자 생활을 했던 커리코 커털린 박사는 mRNA 백신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그녀의 입지전적 스토리는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mRNA백신의 노벨상 소식을 듣는 순간 바로 DDT가 떠오르더군요.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6년 전쯤 친환경 유기농 협동조합으로 유명한 한살림에서 파는 계란에서 DDT가 초극미량 검출되었다고 해서 한 때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DDT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충제로, 이미 1970년대에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용금지된 살충제입니다. 당시 한살림 측에서는 수십 년 전에 금지된 살충제가 현시점 검출된 이유는 과거 사용된 DDT가 양계장 토양을 오염시켰고 DDT의 매우 긴 반감기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현시점에도 극미량이 잔류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정했고요.
DDT가 실험실에서 처음 합성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으나 살충제로서 효과가 알려진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발견한 파울 헤르만 뮐러 박사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죠. 당시 과학자들은 DDT를 사람에서 해로운 해충만 선택적으로 죽이고, 사람이나 가축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는 기적의 살충제로 생각했었습니다. 사람과 가축에 직접 DDT를 뿌리면 벼룩, 머릿니, 몸니와 같은 해충들의 잔해만 우수수 떨어지고 사람과 가축에게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보였거든요. 특히 한번 뿌리면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이 모두가 DDT에 열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페스트나 천연두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발진티푸스는 역사적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대표적인 감염병중 하나입니다. 특히 막사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전쟁 중에 발진티푸스 대규모 유행이 발생하곤 했는데, 세계 대전 당시 발진티푸스로 사망한 병사가 수백만 명에 이르렀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DDT가 사용되면서부터 발진티푸스를 옮기는 해충들을 손쉽게 박멸할 수 있었고 실제로 DDT는 2차 대전, 한국전쟁 등에서 다양한 곤충매개감염병을 퇴치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랬던 DDT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레이첼 카슨이 쓴 <Silent Spring>이라는 책 때문이었습니다. DDT는 대표적인 유기 염소계 농약으로 DDT 성공 후 다른 유기 염소계 농약들도 줄지어 나오게 되는데,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지용성이 강하면서 환경과 생체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레이첼 카슨은 유기염소계 농약의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광범위한 생태계 오염이 발생하고 결국 야생동물, 가축, 인간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죠. 그 결과 봄이 와도 새가 울지 않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 책은 정치,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1970년대가 되면서 결국 DDT를 포함하여 모든 유기염소계 농약의 생산과 판매가 금지됩니다.
<호메시스>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 POPs라는 단어를 기억하실 겁니다. POPs는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약자로 우리말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라고 부르는데, DDT와 같은 유기염소계 농약은 대표적인 POPs 물질이죠. 잔류성이 강한 합성화학물질들은 노출량보다 노출기간이 훨씬 더 중요한데, 특히 단기간에는 아무런 문제를 나타내지 않는 아주 낮은 노출량이라도 장기간이 되면 문제가 서서히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런 유해성은 지금까지 학계에서 놓치고 있었던 매우 중요한 missing link로서, 이 문제는 기존 접근 방법으로는 해결이 난망한 그런 영역이죠.
코로나사태 시 고작 몇 개월 임상시험을 거친 mRNA백신이 <safe and effective>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했을 때, 제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장기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주 쉽게 분해되는 mRNA가 백신으로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전달체로 사용된 지질나노입자 덕분인데, 지질나노입자에는 mRNA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첨단 기술들이 동원되었죠. 단기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잔류성이 있으면 초저농도에서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연구자로서 mRNA백신을 두고 벌어진 일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난센스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DDT는 수십 년을 사용하고 나서야 이슈화가 되었지만, mRNA백신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백신 장기부작용에 대한 증거나 나오기 시작하는군요”와 “mRNA 백신 안전성에 대한 또 하나의 문제 제기”에서 장기 안전성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만, 얼마 전 심혈관계 분야 탑저널인 Circulation에 실린 한 논문은 백신 접종 후 발생한 급성 부작용조차 단기로 끝나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논문은 백신 접종 후 심근염으로 진단받은 청소년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로, 심장자기공명영상에 이상소견이 있었던 청소년의 절반정도에서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이상소견을 보이고 있군요. 물론 현시점 이 이상소견의 임상적 의미는 불분명하며 추적조사가 필요한 사안이긴 합니다만, 애초부터 건강한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백신 자체가 불필요했음을 고려할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비극입니다.
지금까지 노벨상은 주요 개발 혹은 발견 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상용화된 지 불과 2~3년 만에 mRNA 백신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노벨상 선정위원회에서는 mRNA백신 안전성 문제에 대하여 어떤 고려를 했을까요? 혹시나 DDT의 전례를 밟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현시점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고 계속 모니터링하는 것.. 그것밖에는 없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