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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Oct 31. 2023

바이러스를 나누는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입니다.

요즘 어딘가에서 재채기라도 하고 나면 째려보는 듯한 주위 시선에 이내 민망스러워지곤 합니다. 평소 마른기침이라도 자주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을 경험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치유불가능한 후유증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만, 그중 하나가 사람들이 일상을 살면서 경험하는 <미생물 상호교환>을 사회惡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건강한 사람들이 타인과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을 나누는 행위는 사회惡은커녕,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지극히 善한 행위이자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대화 도중 혹은 친밀한 접촉 등을 통하여 사람들은 엄청난 수의 미생물을 실시간으로 교환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는 한 개인이 경험하는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경로입니다.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노출 경험이 많을수록, 각종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도 같이 높아지는데 이것이 코로나사태 내내 가장 강력한 방역정책이라고 강조했던 교차면역이 작동하는 원리죠.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일상적 노출은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면역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수많은 만성질환 –자가면역질환이나 악성종양 등-의 발생위험을 낮추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이유로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건강한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이 한 사회에서 미덕이나 배려를 상징하는 에티켓으로 자리 잡게 되면 전체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되는 경로를 밟게 됩니다. 


코로나 사태동안 고령의 기저질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위험했던 하나의 호흡기계 바이러스 전파를 막아 보겠다고 벌인 모든 일들은 그냥 단지 무의미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 사회의 모든 영역-경제, 교육, 기본권 등-에 엄청난 2차, 3차 피해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아도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졌죠.  지난 3년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사회적 비용을 사용해 가면서 <모든 사람들을 각종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어갔던 과정>으로, 지금 독감이 일 년 내내 유행하고 예전에는 가볍게 지나가던 상기도 감염 중증환자가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최근 초등학생의 독감환자가 급증했다면서 다시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이 기사화되었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에서 설명드렸듯 아이들이 마스크 착용으로 얻을 이익은 단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해만 끼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마스크란 현재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잠시 사용할 때만 의미있는 그 정도의 보잘 것 없는 소도구일 뿐입니다. 



얼마 전 질병청은 국감에 제출한 국가별 초과사망 자료에서 또다시 <한국은 효과적인 방역 정책으로 대다수 다른 선진국보다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면서,  <한국보다 낮은 초과사망을 보인 나라들은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만적인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가별 초과사망 자료에서 스웨덴을 제외해 버렸더군요. 질병청이 언제까지 이런 선택적 통계 인용과 엉터리 해석으로 국민을 속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하면서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았던 스웨덴의 초과사망이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현란한 방역정책을 가졌던 한국의 초과사망보다 낮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정직하게 알리지 않는 한 집단 세뇌에 빠졌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일은 영원히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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