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은 한국의 일일 확진자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던 시점이었습니다. 마트·백화점 백신패스, 청소년·어린이 백신패스 도입 등으로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백신을 아무리 맞아도 끝간데 없이 증가하는 확진자로 인하여 방역 및 백신정책의 실효성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급증하던 시기였기도 했습니다.
그즈음,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코로나 19 백신 피해구제 제도 관련 심포지엄>이 열린 적이 있었습니다. 변협하고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는데 평소 제 브런치 글에 무언의 지지를 보내고 계셨던 한 예방의학 교수님의 추천으로 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했었죠. 그때 제가 토론자로서 느꼈던 답답함과 좌절감은 심포지엄 참석 후 올렸던 “나쁜 선례, 매우 나쁜 선례..”라는 글에 잠깐 나옵니다.
그런데 이 심포지엄에 당시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이 한분씩 참석해서 인사말을 했었습니다. 그중 여당 국회의원은 심포지엄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발표자와 토론자가 앉아있는 좌석들을 돌아다니면서 꽤나 시끌벅쩍하게 인사를 했었는데, 제가 앉아있는 좌석만은 그냥 통과해버리더군요. 인사를 하거나 말거나 저한테는 전혀 중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분위기상 조금 어색하긴 하더군요.
심포지엄이 열리기 몇 달 전, 제 브런치글 중 하나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가 “일본의 확진자 급감은 K방역의 치명적인 오류를 보여줘”와 같은 제목을 달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엄청난 논란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였던 그 여당 국회의원도 당연히 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행동을 통하여 저에 대한 반감 혹은 혐오감을 표시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표정관리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그 상황은 넘어갔고요. 마스크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 사례였죠.
그런데 제가 정말 놀랐던 것은 그 국회의원의 행동때문이 아니라 인사말때문이었습니다. 하루 확진자수 천명이 넘는다고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는 그런 무지몽매한 일을 벌였던 한국에서 하루 확진자수가 십만 명을 넘어섰던 그 시점, 백신 피해자 보상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K방역이 얼마나 성공적인 방역정책이었는가를 설파하고 있는 그 국회의원의 인사말을 들어야 했던 것이 아마 그날 있었던 일들 중 가장 참기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백신피해자 가족들과 법조인들을 앉혀두고 K방역 찬양에 여념 없는 그 국회의원에게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반박하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누른다고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죠.
현재 민주당에서 문재인 정부 코로나 방역의 상징인 정은경 전 질병청장을 내년 총선을 위한 영입 후보군에 올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 사실은 그 자체로 지난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한 현실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으며 K방역을 여전히 성공한 방역정책으로 확신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2022년 2월 변협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그 국회의원이 가졌던 인식 수준으로부터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듯했습니다.
전 질병청장이 그들의 십고초려에 응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번 기사는 다시 한번 왜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사태에 대한 복기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늦어도 2020년 여름부터는 그렇게 대응해서는 안 되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왜 그 모든 정보를 무시하고 계속 무증상도 허용해서 안 되는 감염병 취급을 하면서 전체 사회를 피폐화시키고 이미 부작용이 보고되기 시작한,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만 올인했는지 전 질병청장은 답변할 의무가 있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실수를 인정부터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분명 한참 전에 자신들의 판단착오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질병청과 관련 학계에서 계속 침묵하는 것은 매우 비겁한 일입니다. 그들의 비겁함 덕분에 정치권을 포함하여 국민대다수가 실패를 성공으로 확신하고 있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아직도 연출되고 있고요. 불편한 진실이 아닌 달콤한 거짓을 선택한 한국 사회에서 조만간 이번과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듯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