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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Apr 22. 2024

팬데믹 조약과 집단 면역

백신정책 이대로 괜찮을까? 

이 글은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주제였습니다만 현시대 백신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가까운 내용이라서 쉽게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WHO의 팬데믹 조약이 곧 체결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니 더 이상 망설일 수 없군요.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듯 현시대 WHO는 결코 유능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은 조직으로 그들에게 국민 건강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집단면역 (herd immunity)>은 코로나 사태동안 매우 유명해진 단어로, 현재 대부분 백신정책은 집단면역을 올리는데 맞추어져 있습니다. 교과서적으로 집단면역이란 자연감염 혹은 백신접종으로 인구집단의 일정수 이상이 면역을 가지게 되면 감염병 전파가 더 이상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R0-1)/R0라는 식으로 표시하죠.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백신접종률을 산출하는 수식입니다. 하지만 이 정의는 극단의 상황에만 적용되는 이분법적 접근일 뿐이고, 원래 집단면역이란 인구집단이 가진 면역력이란 뜻의 정량화가 불가능한 모호한 개념으로 주로 다양한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가는 인구집단에 사용되던 용어였습니다. 


이제는 다들 아시겠지만 백신이 교과서적인 집단면역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백신 자체가 감염과 전파를 막는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처럼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는 백신은 처음부터 집단면역의 관점이 적용될 수 없는 백신이었죠. 심지어 홍역처럼 집단면역의 사례로 종종 인용되고 있는 백신조차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증상 감염을 만들 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홍역 백신접종률 100%가 되어도 여전히 구성원들 간에 홍역 바이러스 전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무증상 PCR검사를 하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사회는 다시 패닉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집단면역에 대한 기본 전제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면역을 이야기하면서 앞장서서 백신을 맞고, 자신이 백신접종자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SNS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는 일이 대유행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방역당국이 잘못된 정보로 대중을 세뇌시킨 탓이겠지만,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이 공동체 정신에 부합하는 선한 행위라고 확신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봅니다.  


전통적으로 공중보건영역에서 집단면역은 공동체 건강을 위하여 필수 요소이며, 백신접종은 이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염과 전파를 막는 백신일 경우에만 그렇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백신 효과를 세밀하게 구분하여 판단하지 않죠.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의 도덕적 감성을 자극하는 하나의 논리가 더 등장합니다. 즉, 인구집단에는 취약한 면역계, 나이, 기타 다른 이유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하는데 다른 구성원들이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높여주면 그들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백신접종자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이타심이 높은 사람이고, 백신거부자는 공동체정신이 결여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논리는 맹점이 있습니다. 설사 감염과 전파를 막아주는 백신이라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현재 코로나19든 독감이든 방역당국에서 반드시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집단면역 논리하에서 백신접종을 할 수 없다고 알려진 면역계가 약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지금 사용되는 백신들이 취약한 면역계를 가진 사람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면 더 이상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약자들을 위하여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집단면역의 논리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이런 집단면역 논리가 작동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약독화가 충분히 되지 못한 생백신이 사용되던 시기입니다. 생백신이란 미생물 독성을 인위적으로 약하게 만든 상태로 무증상, 경한 증상 자연감염과 거의 동일하죠. 자연감염이 그렇듯 생백신은 다른 형태의 백신들보다 면역효과는 훨씬 좋지만,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맞으면 오히려 예방하려고 했던 감염병이 발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생백신은 면역저하자가 맞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하여 맞는다는 집단면역의 선의가 통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백신의 이런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연구자들은 체내에서 증식이 불가능한 사백신을 만들기 시작하죠. 사백신은 생백신과는 달리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사백신부터는 소위 공동체를 위하여 백신을 맞는다는 논리는 재고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학계에 자리 잡은 집단면역 논리에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은 없었는데, 아마도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개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일찍부터 백신이 의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생백신이 보여준 비특이적 감염병 예방 효과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올렸던 "그 시절 불주사가 정말 신종 코로나와 관계있을까?"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다시 한번 간단하게 요약하겠습니다. 20세기 초반 BCG 생백신이 결핵 외에 다른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비슷한 효과가 홍역, 소아마비  등과 같은 생백신에서도 관찰되면서 현재 생백신의 비특이적 감염병 예방 효과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지금처럼 A감염병->A백신, B감염병->B백신, C감염병->C백신과 같은 방식으로 모든 감염병에 대하여 각각의 백신이 필요하다는 패러다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죠. 또한 생백신이 모방하고자 했던 무증상, 경한 증상 자연감염의 생물학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현상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흥미롭게도 생백신이 보여준 이런 효과가 사백신에서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DTP백신접종 후 에는 오히려 총사망률이 증가하는 패턴까지 보고됩니다. 2016년 BMJ에 발표된 관련 리뷰 논문을 링크합니다. 이는 사백신의 경우 원래 목표로 했던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는 의미가 있을지언정 다른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2020년 Lancet에는 "백신,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시간인가?"라는 도발적 제목과 함께 DTP뿐만 아니라 생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들에서도 총 사망률 증가 패턴이 유사하게 관찰된다는 사실도 보고되죠. 늘 그렇듯 모든 역학 연구는 제한점이 있으며 연구자들은 항상 further study를 주장할 뿐이지만 이런 결과들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현재 백신정책에 집단면역의 관점이 적용되는 것이 시급히 재고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mRNA백신은 그전에 사용되지 않았던 신기술들이 적용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만, 다른 백신들도 제조방법과 접종시기 등에 따라 안전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들어 영유아들에게 권유되는 백신들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또한 팬데믹 조약내에는 조속한 백신 개발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앞으로 mRNA백신이 기본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백신 제조 시에는 각종 합성화학물질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초극미량 포함되는데, 모두 현 패러다임상 노출허용기준 이하의 용량입니다. 그러나 “허용기준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거짓말”에서 적었듯 허용기준에 대한 현 패러다임은 명백한 오류로, 현시대 합성화학물질과 관련된 대부분 건강상 문제는 허용기준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이 분야 연구에 천착해온 역학자로서 현 패러다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나 세상이 달라질 가능성은 단 1%도 없어 보입니다. 이 문제는 비선형성과 혼합체라는 복잡성으로 인하여 누구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지 예측이 불가능하며 백신 제조에 최첨단기술이 적용되면 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백신의 개인 선택권은 존중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하여 WHO와 같은 공공보건 의료조직의 실상을 인지하게 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만, 한국만은 유독 아직도 암흑 속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WHO는 2020년 후반 기존 집단면역 정의에서 자연감염을 삭제하고 백신 접종만 남겨두었다가 훗날 슬그머니 자연감염을 다시 집단면역 정의에 포함시키는 기만적인 일을 이미 벌인 바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볼 수 있죠. 무능한 것은 물론이고 선의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는 WHO라는 조직이 팬데믹 조약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상 모든 국가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저는 참으로 두렵습니다만 과연 막을 수 있을는지 그저 막막할 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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