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분천리 300
변하는 것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
코로나 바이러스로 과거 대부분의 것이 이미 달라졌고, 미래의 거의 모든 것이 달라질 것 같다. 바이러스가 몸 안의 장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섭지만, 그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관계의 분절과 분열은 우리의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출근하기 전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아이들의 평온한 얼굴을 볼 때마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이렇게 나이 먹은 어른이 되어 이토록 살기 힘들고 메마른 세상을 만드는데 알게 모르게 일조한 것 같아 부끄럽다. 눈앞의 현실은 나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결국 현재는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것들의 누적 아닌가.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스크를 잘 써라", "밖에 나갔다 오면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된다" 고작 위생과 관련된 잔소리를 더 많이 하는 것 밖엔 없는 것 같아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정말 지금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는 걸까. 이렇게 망가진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뭔가 없을까.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기 위해 이전보다 더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주말에 아이와 함께 서울 근교의 농장에 다녀왔다. 고구마를 캐는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아이는 책으로만 보던 고구마를 실제로 땅에서 꺼내는 행위를 정말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흙을 만져보고 밟아본 게 언제였을까. 나와 아내도 그 촉감이 너무 부드럽고 따스한 향이 좋아 아이보다 더 열심히 고구마를 캤다.
농장을 운영하시는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이들이 만지는 흙이라 화학비료나 농약을 일체 주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만져도 된다고 하는데 결국 지금 눈앞의 이 흙 또한 사람의 욕심이 끼어드는 순간 오염되는 건 순식간이겠구나 싶었다. 가까운 미래에 내가 먹을 음식은 내 집 텃밭에서 직접 길러서 먹어야만 하는 시기가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미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요일이었던 어제는 잠깐 시간을 내서 오래된 느티나무를 한 그루 보고 왔다. 수령이 740년이나 되었는데 하루하루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요즘 일상의 속도에 비추어 봤을 때 740년은 영원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나무 옆 벤치에 나 혼자 앉아있지만 첫째가 조금 더 크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누적된 자연물을 보여주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면서 나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좀 더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실천에 옮길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모든 것이 변하는 지금, 무엇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할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