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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Nov 14. 2018

왜 우리는 다수 중 하나로 살아야 속이 편할까

소속감의 중요성



취준생의 고민


 2011년에  대학생이 되었다. 3학년이 끝나고 1년 휴학을 했고 복학 후 4학년을 마쳤다. 바로 졸업하지 않고 한 학기 유예를 했다. 16년 6월 인턴으로 입사했고 같은 해 8월, 코스모스 졸업생이 되었다. 제대로 취업준비에 시간을 쓴 건 아마도 4학년 2학기부터. 15년 9월부터 16년 6월까지, 1년 만에 대기업 입성에 성공했으니 주변인들에 비해 취준 기간이 길지 않았다. 


 물론 짧았다고 해서 불행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거절'은 수천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못할 감정이다. 이메일을 확인할 때마다, ‘응시 결과’ 버튼을 클릭할 때마다 매번 견딜 수 없는 두려움과 마주했다. 이 넓은 세상에 내 자리가 하나도 없는 건 아닐까. 세상에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인가. 회사의 부속품으로 살아도 좋다는데, 그마저도 될 수 없는가. 몇십 번의 탈락을 만나며 매번 나를 다그쳤다. 어서 세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퇴준생의 고민


 먼저 퇴사한 하율이가 그랬다. 소속감이 없는 게 가장 힘들어. 어디의 누구가 아니라는 게 불안해. 그녀의 동기인 나는 한때 간절히 원하던 소속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었다. 취준생 때 가장 큰 고민은 돈이나 부모님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소속되어야만 내 삶이 제대로 굴러갈 거라는 믿음. 그런 것들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소속감을 간절히 원했다. 그 원하던걸 쟁취했는데, 3년만에 제발로 걷어차려는 중이었다. 


 왜 우리는 다수 중 하나로 살아야 속이 편할까. 지난 1년간 나를 뒤흔든 질문이었다. 우리는 개인으로 사회를 살아갈 수는 없을까. 왜 소속된 집단으로 나를 규정하고 정의 내릴까. 프리랜서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도 나는 괜찮을까.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 멘탈의 문제였다. 내가 그 외로움과 불안감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 


 아빠는 은행원이었다. 30년 동안 여러 직장에 헌신한 프로 직장인이다.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서울 북쪽의 도봉구에서 안전하고 조용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의 한 대학을 갔다. 인생 내내 만난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원으로(혹은 편의점 점주로) 살아갔다. 루틴한 삶이 종종 무료하지만 그 속에서 더 큰 안정감을 느끼면서. 변화를 두려워하면서. 본인의 의지보다는 사회나 시간의 영향에 따른 변화에 조심스럽게 적응해나가면서. 나는 다른 형태의 인생을 살아갈 용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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