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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송 May 27. 2024

과달루페 신 성모성당

24.02.28_Basilica of Santa Maria

위치 : 멕시코시티 (Fray Juan de Zumárraga No. 2, Villa Gustavo A. Madero, Gustavo A. Madero, 07050, CDMX)

설계 : Ramírez Vázquez y Asociados

준공 : 1976 (설계기간 : 1972-1973)

연면적 : 10,000 sqm

용도 : 성당 (종교시설 / 수용인원 : 10,000명)


과달루페 신 성모성당 전경 (출처 : Tripsavvy)

멕시코에서 첫 번째로 답사한 건물은 과달루페 신 성모성당이다. 이 건물은 미리부터 알던 건물은 아니었고 과달루페라는 역사적, 종교적으로 중요한 관광명소를 들리면서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예삿 건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서 자세히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으려고 해도 주로 관광페이지에서 이 건물을 다루고 있고, 건축페이지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던 점을 비추어볼 때, 미리 알기 쉽지 않았던 건물이다.)


과달루페 신 성모성당은 라 비야/바실리카(La Villa/Basílica) 역에서 0.5km 떨어져 있어서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  이 성당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유일한 성모발현지로서 가톨릭 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순례지이다. 그래서 역에서부터 성당까지 이어진 중앙 광장은 양쪽으로 상점과 음식점이 나열해 있고, 많은 방문객이 지나다니며, 기념품을 파는 상인이 여럿 있었다.

과달루페 앞 광장, 그리고 멀리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사그라리오 데 과달루페 (Sagrario de Guadalupe)

과달루페 앞 광장에서 보이는 사그라리오의 강렬한 노란 지붕을 보며 걸어가다 보면 왼쪽에 어느 순간 거대한 신 성모성당이 나타나게 된다. 첫 번째 사진에서 본 것처럼 과달루페 내 광장에서 성당을 바라보면 멋진 조형미를 느낄 수 있지만, 들어가는 진입부에서 건물 전체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아쉬움이 있다. 건물을 들어가는 진입부와의 관계설정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성당 내 광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기 위해 건물 축과 정면부를 설정했고[첫 번째 사진 뷰], 두 개의 축을 가질 수 없기에 중요도를 설정하여 설계를 진행했을 것이다.)

신 성모성당의 첫 조우

유럽을 여행하며 봤던 성당은 주로 중세시대에 지어졌기에 긴 장방형과 뾰족한 첨탑으로 구성된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신 성모성당은 처음으로 만난 근대적 성당이었다. 그래서인지 평면부터 건물 형태까지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성당의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함께 건물을 한 바퀴 돌면서 2층에서 보이는 스테인 글라스의 창, 멋진 조형적인 형태 등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을 떠올리며 건물을 감상하였다. 특히 원형 평면과 지붕의 조형적 형태에 주목했다. 지붕의 재료는 구리이고 50년이 지나서 청록색을 띠고 있다. 성당은 여러 현대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지붕을 구리재료로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중세 성당과의 재료적 동질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구리 재료는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데, 초기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도 궁금해졌다.) 그리고 멀리서 보았을 때와 달리, 지름이 100m 되는 건물 한 바퀴를 도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규모에 한번 더 놀랐다.

다양한 위치에서 본 신 성모성당

외부 디자인을 살펴보고 나서 내부를 둘러보았다. 외부를 둘러보면서 위로 솟아있는 부분으로 빛이 떨어지며 밝은 내부 공간을 예상하며 실내로 진입했는데,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우선 진입부 2층에는 성당에 필요한 실들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1층에는 어느 방향에서든지 진입할 수 있는 입구가 여러 개 계획되었다. 위층에 배치된 실로 인해 빛이 들어올 수 없었기에 어두운 공간을 지나야 했다. 한국 절에 가면 일주문을 지나게 되고 이를 통해 속세를 떠나 성스러운 장소에 진입했다는 느낌을 받는데, 신 성모성당에서는 빛의 조절을 통해 그 경계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입구부분 천장을 연장하여 아주 깊은 입구를 만들어내면서 빛을 통제하였다.)

문을 열어놓았지만 내부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입구
신 성모성당 내부

5-6m 정도의 깊이를 가진 입구를 지나 들어오니 조금 밝아진 내부 공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부가 밝지 않았고, 중세 교회의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였다. 종교시설의 빛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의 빛이 주는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멀리서 건물을 보았을 때 위로 솟아오른 지붕이 비대칭적이었는데 이것은 평면과도 깊은 관계가 있었다. 부채꼴 모양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긴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솟은 지붕 아래쪽에 제대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부 평면에 대해 대략적인 이해를 하고 나서 내부 전체를 둘러보았다. 공간이 정말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니 기둥이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다. 이 거대한 내부 공간이 돔처럼 계획된 것이다. (나중에 단면도를 확인해 보면 제대 부분의 벽이 '계단실+기능공간'으로 구성된 코어 부분이었다. 돔처럼 원형으로 둘러싼 외벽으로 힘을 내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각각의 보가 코어에 지지하고 있는 방식으로 구조가 계획되었다.) 그리고 구조(보)의 흔적으로 보이는 천장 패턴을 통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지붕 아래에 함께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구조의 힘과 미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인상 깊은 디자인이었다. 조금 과장해 보면 지붕 아래로 떨어지는 빛은 하나님이 만들어낸 울타리 같은 느낌을 자아냈고, 여기에서는 모든 속세와 악마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또 흥미롭게 본 장면은 조명을 디자인한 것이다. 이 정도의 규모와 디자인이라면 건축계획을 할 때부터 함께 계획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모를 형태와 배치이지만, 이 조명은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만약 조명이 없었다면 구조의 힘만 느껴지는 뻔한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었을지 모르는데, 조명이 천장 패턴의 집중도를 분산시키며 제대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신 성모성당 제대와 조명
신 성모성당 지붕 패턴과 조명

성당 제대 뒤 쪽으로 가면 예배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공간이 계획되어 있고, 제대 아래쪽으로 걸어가며 과달루페 성모화와 외부에서 보았던 지붕 꼭대기에서 빛이 떨어지는 공간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빛이 들어오는,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얼마간 그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성모화와 빛을 바라보며 점점 종교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과달루페 성모화는 500년 이상이나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같은 재료로 그려진 작품은 보존 처리 없이 200년 이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빛이 떨어지는 공간 아래에서 상기하다보니, 과학의 영역으로 이해하기 힘든 종교의 세계가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과달루페 성모화와 빛이 들어오는 최상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예배당에 돌아와서 미사를 드리고 건물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내부 공간을 더 많이 둘러보고 싶었지만, 종교시설의 아쉬운 점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늘도 일반인 신분으로는 신부님이 지내는 공간이나 회의실, 스테인드 글라스로 덮힌 2층 예배실 등을 다양하게 둘러볼 수 없었다. 그래도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본 관광지에서 아름다운 건물을 마주하고, 멋진 예배당을 답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신 성모성당 전경 (Feat, 기울어진 사그라리오)



<참고 도면 및 자료들>


배치도 (출처 : Noticias.arq)
평면도 (출처 : Slideshare)
입면도 (출처 : Noticias.arq)
단면도 (출처 : Slideshare)



#세줄 요약

- 유기적 형태 지붕의 구조적 해결과 평면과의 연관성

- 종교시설에서 외부(세속적인 공간)와 내부(성스러운 공간)를 구분 짓는 방식

- 종교시설에서 빛의 관입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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