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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팀장론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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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윤 Jan 29. 2021

분노조절이 안 되는 팀장님

<팀장론> 1화

팀장님은 늘 화가 나 있었다.


복도에 울리는 발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왜 이 분은 늘 이렇게 화가 나 있을까 궁금했다. 사람의 에너지 농도에는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팀장님은 발산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수렴하는 사람이었고. 처음부터 잘 맞지 않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팀장님은 사수 선배와 사무실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싸운 적도 있었는데 그때를 생각해보면 삼십대의 사수가 사십대의 팀장님과 어떻게 싸울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고 느낀다. 두 분의 갈등이 극대화 되는 날에는 회사 근처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며 돌아오시곤 했다. 그게 기억이 난다.


항상 화가 난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인사도 업무적인 질문도 두려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보고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당시에 나는 팀장님의 신뢰를 얻지 못해 뚜렷한 업무 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부터 두 시간씩 일찍 출근했다. 

팀장님이 일찍 출근했기 때문이었는데 늘 겁이 나있었으면서 어떤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른다. 커피숍이 문을 열면 팀장님에게 커피를 사다 드리고 해야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업무 관련 스터디를 하며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이 쌓였다. 


다른 부서로 보직 변경이 됐을 때, 어쩐 일인지 마음이 조금 편했다. 다른 부서에서 일하며 초라하고 구겨졌던 마음을 펴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늘렸다.  


팀장님은 회사 복도에서 날 마주치면 잘 하고 있는 것 같더라? 라고 먼저 말을 걸었다. 


다시 팀장님과 일하게 됐을 때 팀장님은 화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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