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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바람이 부는 시간
예민한 초등학생 딸아이를 키우며
by
이음음
Oct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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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 그릇
"어머니, 친구들이 소윤이를 부러워해요.
학원 많이 안 다닌다고요."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소윤이가 보내는 시간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4학년 소윤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피아노 학원을 다녀오고,
일주일에 한 번은 방과 후 수업으로
피구를 한다.
친구들처럼 영어, 수학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 그릇이었다.
해야할 일로 가득한 마음이라면?
마음이 여리고, 사람들의 말 한마디를
오래 생각하는 아이인 걸 알았기에
'해야만 하는 일'들로
아이를 몰아치고 싶지 않았다.
(어른도 마음이 복잡할 때 해야할 일이
많으면 힘든데 아이는 오죽할까 하는 심정으로)
학교 다녀와서
아이의 마음이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소윤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보들보들한 이불속에 들어가
뒹굴거리기.
그렇게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나면
엄마와 약속한 해야 할 일을 해냈다.
(성경 읽기, 수학문제집 1장 풀기, 피아노 연습)
친구들과의 어려움 속에서
2학년, 3학년이 되면서
아이
는 감정이 풍부해졌다.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처음 느끼는,
불편하고 애매하기도 한,
이름모를 감정을 경험하고는
혼란스러워했고, 힘들어했다.
그 시절,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불속으로 들어가 훌쩍이는
아이 옆에 함께 누워 있고는 했다.
잠시 울음을 멈추고
미운 친구에 대해 얘기할 때는
"그 친구 너무했다" 함께 화를 내주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억울함을 토로할 때는
등을 쓸어
내려 주는 것뿐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 아이가 커가는 시간이었지만,
그때는 엄마의 마음도 어찌할 줄 모르고
함께 아프기만 했다.
올해
4학년이 된 소윤이는 힘들었던 시간만큼
좀 더 씩씩해지고 얼굴이 좀 더
밝고 편안해졌다.
친구들이 학원에 가 있는 동안에도
심심해하지 않을 수 있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도 찾았다.
책 친구.
엄마와 약속한 해야 할 일과 학교 숙제를
다 마치면, 하루에 한 시간씩 텔레비전을 보기도 한다.
안 좋은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어린이에게 미칠
영향을 얘기해주었더니
아직 순수한 아이는
잔뜩 겁을 먹고는 자신이 본 프로그램을
종이에 적어두기도
한다.
섬세한 그 마음만 돌봐준다면
어느 책을 보니
예민함이 아닌 섬세함으로 표현하라고 하던데,
섬세한 첫째 아이는 마음을 잘 헤아려주면
그 외의 일들은 혼자서 척척 잘 해낸다.
(본격적인 사춘기가 오면 그때도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줄 수 있을지 사실 자신은 없다.)
어린 시절 자주 아팠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건강하고
밥 잘 먹는 아이가 되었
고,
예민해서 밤새 잠을
못자고
새벽 별을 보게 했던 아이가
이렇게 커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세심한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커가고,
엄마도 아이 덕분에
"힘들어도 행복한" 신비로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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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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