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기다리던 마음이
정작 사랑을 만나면
뒤돌아서서 도망치기도 한다.
커다란 상실이 사랑 안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눈치챈 건 아닐까?
인간의 가장 오래된 열망은,
뱃속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태아와 산모가 탯줄로 연결된 하나의 상태.
인간이 찾아 헤매던 사랑은
태중에서 느꼈던 온전한 충만함과
만족감을 향한 열망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두 존재가 온전히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
사랑은 그런 오래된 열망에서 비롯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에서 독립된 자로 살아가도록
교육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믿었다.
그렇게 성장한 어른은
우연한 시간 속에서
오래된 열망에 휩싸이게 된다.
혹시 하나됨의 충만함을
누릴 수 있다는 사랑의 가능성에 빠져든다.
사랑을 만나고, 사랑에 묶인 자는
더 이상 무엇인가를 홀로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상대의 선택이 자신의 선택이 되고,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처럼
함께 있음을 갈망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던
일상은 사랑 앞에서 변해간다.
자신을 중심으로 돌던 세계는
삐그덕 거리다 멈춰 서고,
사랑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낯선 방향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둘이 된다는 것은, 모험이고
둘이 하나 되는 깊은 사랑은
두려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신의 세계를 깨야하고,
익숙했던 삶의 룰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다시 하나가 되는 사랑은.
기쁨과 함께 상실을 가져온다.
자아란 커다란 존재가 사라지는
시간을 건너야 한다.
사랑이란 한 단어에
참 많은 사랑의 모양이 있다.
그중, 죽음과 같은 아픈 사랑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시선이 간다.
안쓰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던 시간이
훌쩍 지나고 보니 이들은 달라져 있었다.
마치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살아난 자처럼
생각도, 시선도, 마음도
달라져 있었다.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람을
바꾸고야 마는 사랑은
그래서 두렵다.
그러나 온전한 하나됨의
사랑 안에 놓여 있다 믿는 순간,
두려움은 잠시 잊혀진다.
온전하지 못한 두 존재의 사랑조차도
잠깐이나마 두려움을 잊게 만드는데,
온전한 사랑 안에 있게 된다면 어떠할까...
그래서 두려움은
온전한 사랑을 갈망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