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이상이 모이면,
정치가 시작된다.
둘만 만나도 그 관계에는
어떠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좀 더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신에게 좀 더 편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
밀고 당기는 협상과 신경전이 이루어진다.
여러 관계가 얽혀 있는 가정.
가정마다 관계를 이끌고, 미는
다양한 형태의 권력이 존재한다.
여기서 권력이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 힘은 다양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자녀 교육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가정에서
공부 잘하는 자녀의 한 마디는 부모를 허둥지둥하게 만든다.
돈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가정에서
연봉이 높은 이의 목소리는 결정권이 더해진다.
그 목소리가 남편일 수도 있고, 아내일 수도.
신체 혹은 정신적인 연약함으로 자주 멈춰버리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그 연약함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른 가족을 움직이게 만드는
또 다른 모습의 권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어느새 가정 안에는
화내는 자와 화를 받는 자
명령하는 자와 명령대로 움직이는 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자와 자신의 의견을 접는 자,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자와 불편을 참는 자,
헌신하는 자와, 헌신을 받는 자가 나타난다.
시간을 두고 서로의 자리를 바꿔간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한 사람이 오랜 시간 한쪽 자리에 서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버티고 있다면
가정은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기울어진 배에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각자의 성향과 권력과 여러 이유로 만들어지는
각 가정의 독특한 문화와 관계.
이러한 문화는 폐쇄적인 공동체인 가정 안에서
좀 더 깊게, 은밀하게 자란다.
그래서 가정 밖에서 보기에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문화와 관계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가정 안에서 승인이 된다면 이들의 상식이 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난 그들만의 상식.
하지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공통된 진리와 선의 개념이 사라진 포스트모던 시대.
사라진 공통의 진리와 선의 빈자리를
가정은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 걸까?
유튜브와 SNS에서 매일 접하고,
욕망과 비교로 갈망하게 되며
안전하고 안락하게 느껴지는 것을
높은 가치로 여기기 쉬운 시대.
그러한 것들을 얻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며,
또는 암묵적으로 요구하기도 하며
스스로 얻기 위해 노력하다 좌절한 마음이 화살이 되어
다른 누군가를 날카롭게 쏘아대는 곳이
가정이 아니기를...
지금, 우리의 가정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가정은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가족 구성원이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선한 가치를 갖는 것만큼,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문제 또한 중요하다.
정말 고귀한 가치는,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도
가치의 고귀함을 드러낸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라는
아름다운 문장이 오직 한 사람에게만 지워진 짐이 되지 않기를...
가정의 아름다운 가치가
내가 아닌 너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사랑이라 부르지만
사랑이 아닌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