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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Jul 30. 2020

브런치 작가가 되다

"나는 머릿속의 생각을 공책에 볼펜 똥이 나올 때까지 적고 또 적었다."

평범한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우습고도 신기한 일이다.


벌써 10여 년 전이다. 

2008년 한국을 떠나 독일에 인턴경험 차 정착하기 시작하여 직장도 찾고 친한 친구들도 사귀고 희로애락이 깃든 7년 동안의 독일 생활.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프랑스로 시집을 와서 두 아이를 낳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으로 글이란 것을 긁적이기 시작한 독일에서 한창 우울증이 있을 때였다. 만성 위염이 심해져 속이 거북함이 극에 달에 식사를 점차 거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이 살이 빠졌다. 동시에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맞이하고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방황이 더해져 나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해갔다. 그땐 왠지 이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머릿속의 생각을 공책에 볼펜 똥이 나올 때까지 적고 또 적었다. 찬찬히 적은 글들을 읽다 보면 이 고민의 끝은 어디일지,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해야 행복한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를 그나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달 여 간 그렇게 내 안의 소용돌이 속을 헤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일이 없었던 사람마냥 상태가 괜찮아졌다. 지금도 그 이유를 나는 모른다. 


그 방황하는 시간 동안 내가 한 가지 깨달은 일이 있다 - 일련의 감정들을 기록하는 일.

그저 하루하루 일기를 쓰듯이 내 생각과 감정들을 꼬박꼬박 적고 나면 무엇인가 모르게 한결 속이 후련해졌다.


1 년 전 즈음, 한 출판사로부터 책을 함께 엮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파리지엔느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 모토였는데 그 일은 나의 둘째 임신과 함께 빛을 보지 못한 채로 흐지부지 되었다. 그리고서 장작 10개월간의 드라마틱한 임신기간이 지나고 난 출산을 하였고, 여전히 그 일은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찝찝하게 묻어 둔 채로 지금은 속절없는 시간만 흐르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독박 육아인 이 상태에서 난 그 어떤 짬이란 것도 만들 수 없다 -   '내겐 갓 태어난 신생아가 있다.'  출산 이후 잠도 3시간 남짓 겨우 자고 그리고 온종일 신생아와 씨름하고 해도 해도 티도 안나는 집안일일을 끝내고 나면 새벽에 떴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그럼 또 아기와 함께 기절 숙면.. 그다음 날 새벽이 밝아온다. 

50여 일 즘 지나고 잠잠이가 (참 태명을 잘 지었다 - 잠잠이는 참 "자~알 잔다.") 통잠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반"통잠을 내게 선물해주었고 나는 육아 정보를 검색하던 중에 우연히 브런치 사이트를 알게 됐다. 수많은 부모들의 엎치락뒤치락 육아 이야기를 보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그들의 글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거야!'


지금 당장 책은 아니더래도 나는 평범한 나의 일상을 적기로 했다. 볼펜똥 닦아가며 쓰던 감정의 기록들을 좀 더 세련된 공간으로 옮길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둘째는 수월타"는 글을 통해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잠은 여전히 모자라고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한켠 후련하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 그리고 프랑스 남편과 시월드 이야기 - 10년 넘게 외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소솔 하게 적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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