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구에서 태어난 꼬물이

2 소마구에서 태어난 꼬물이

처음에는 강아지를 덜컥 두 마리나 키우는 걸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강아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박카스 상자에서 뿅 하고 고개를 내민 작고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에 가족 모두가 한눈에 반해버렸다.

꼬물이는 처음부터 낯을 안 가리고 우리 가족에게 서슴없이 잘 다가왔다. 소마구에서 태어났다는데, 정말 작고 귀여워서 심장이 녹을 것만 같았다. 그래, 저 정도로 작은 강아지라면 다 커도 별로 부담이 없겠다, 싶은 마음도 있어 금방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에 꼬물이와 맥스의 덩치 차이가 너무나 커서 혹시나 꼬물이가 다칠까 싶어 분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맥스는 꼬물이가 너무나 좋은 나머지 떨어져 있으면 한시도 참지를 못했다. 꼬물이가 오고 나서부터 맥스의 불안 행동도 많이 잦아들었다. 다행이었다. 두 강아지는 금세 형제처럼 친해졌다.

2개월이 된 꼬물이는 작고 귀여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얘는 견생 2회차가 아닐까,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무덤덤하고 시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걸 알았다. 가끔은 몸집이 한참 작은 꼬물이가 형 같고, 겁 많고 투정도 많이 부리는 맥스가 동생 같았다(사실 성견이 된 지금도 그렇다). 맥스가 꼬물이에게 엄청 의지를 많이 했다.

꼬물이는 우리 집의 아이돌이자 슈퍼스타가 되었다. 맥스만 있을 때도 행복했는데, 두 마리가 되니 곱절로 행복해졌다. 물론 사고 치는 것도 두 배로 늘었지만.

정말 이상하다. 왜 강아지들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애정을 돌려줄까? 난 해준 것이 별로 없는데, 강아지들이 나에게 돌려주는 애정은 순수했다.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우리의 유대감은 깊어졌다. 내가 강아지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강아지들이 나를 살게 했다.

집 안에만 갇혀있던 나를 바깥으로 이끌었고, 웃을 일이 없었던 나를 웃게 해주었고, 말문을 꼭 닫고 지냈던 나날이 무색할 만큼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강아지들은 바람 잘 날 없을 정도로 사고를 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속상해서 펑펑 울기까지 했다. 정말 여러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항상 내가 결코 좋은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강아지들 덕분에 내 세계가 계속 넓어졌다. 반려동물과 이어지는 유대감은 나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준 것만 같았다.

이상한 우연으로, 내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리고 시골에서 개를 키우며 벌어졌던 많은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그리고 정말 시골에서 개를 키우면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