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기 위해
아마도 나만 힘든 것은 아닌가 보다. 오랜 친구들의 이야기들과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슬픈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든 가 힘들어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지난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힘들어하며 쉼의 욕구를 나중으로 미룬다. 이러한 비극적 현실을 잊기 위해서라도 술을 마셔야 하며 담배를 펴야만 한다. 그 순간에서만이 본인을 숨 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어와 놀란 점은 나의 친구들뿐만 아닌 이미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린 자들도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특히나 부장님을 보면 괜히 외로워 보인다. 이 부서 중 아무도 부장님을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않아 같이 일을 할 수는 있을 뿐 그 누구도 부장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의 인간성 때문인지 혹은 부장이라는 직책자체 때문인지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보아 내린 결론으로는 그의 인간성에 심각한 결점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당연히 몇 가지 결점은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의 결점은 우리 누구에게나 있다.
피라미드형의 권력구조 속에서 밑에 있는 자들도 고통을 받지만 위에 있는 자 또한 외로움을 겪나 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통을 받고 고통을 주어 이 게임의 승자는 없다.
우리는 언제나 피해자가 되므로 타인을 쉽게 가해할 수 있다.
모두가 고통받는 세상에서 사랑이 사라짐은 당연한 순리이다.
회사 안에서 서로를 미워하며 고문한다. 눈치를 주고, 받고 시샘하고 탄압하고 따돌리고 보복한다.
아마도 이런 구조의 회사가 팽배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 전체에도 고통이 만연하다. 아.
내가 다른 점은 멈춤이다. 오만가지의 생각과 가능성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은 멈춰야 할 때. 그리고 그 멈춤을 실행할 만한 힘이 내게는 있다. 비극은 예정되어 있으니 두려움이 없다. 나를 살린다는 명목과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정의의 이름으로 타인을 가해하는 짓은 그만하고 싶다. 세상은 이 논리로 움직였었고 그 결과 사랑이 사라졌다. 이토록 무정한 세상에서 다시 살아나갈 방법을 구하자.
그렇게 생겨난 질문들.
내가 이득을 볼 수록 타인은 반드시 손해를 봐야만 하는 걸까?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을수록 경쟁 회사는 반드시 무너져야 하는 걸까? 나의 성과는 반드시 동료에게는 악재가 되어야만 할까? 반도체와 배터리산업에서 우위를 점해야만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걸까? 조국의 승리를 위해 적군을 죽여야만 하는 걸까? 인류는 타 종들을 죽여야만 살 수 있는 걸까. 인간은 지구를 파괴하고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껏 스스로 내린 결론들보다 이렇게나 많은 질문들이 남아있다.
이 반박하고 싶은 질문들을 남겨둔 채 나는 떠나련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은 채, 이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며 나름의 답을 찾아 나서련다. 자.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