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에세이
이제 곧 끝이다. 2024년의 끝과 함께 나의 실습생활도 작별이다.
전혀 아쉽지 않은 것은 내가 이 끝을 정말 기다려왔던 탓이겠지.
여전히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들. 아침 7시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음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얼마 안남은 점심시간의 자유를 만끽한 다음 선임이 맡긴 아주 단순한 작업들과 책과 글에 둘러쌓인 채 시계를 바라보며 나의 퇴근은 언제쯤 올까하고 기다린다. 인고의 시간끝에 퇴근이라는 자유를 얻어내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시청한 다음 노트북을 켜 영화나 드라마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에너지는 어느새 고갈되어 기껏 오전과 오후를 버티며 얻어낸 자유를 사랑스럽게 이용하지도 못한 채 잠에 들곤 다음날, 또 7시에 일어나 어제 더 일찍 잠들지 않은것을 후회하곤 다시 회사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그런 5일의 반복 끝에 주말이라는 자유의 시간과 마주하며 '이것으로 더 해방의 날이 가까워 졌군'하고 한숨돌린다. 그러나 막상 주말이 와도 2일 뒤, 1일 뒤 다시 출근해야 하는 미래를 알기에 어떠한 도전과 모험을 떠나지도 못한 채 주말을 마무리 하곤 짙은 우울감 속에 다음 날을 기다렸다.
그리곤 생각하지. 정말 이것이 전부인가? 인생이란 단지 죽음을 기다리는 일뿐인 것인가?
시간은 지나가고 나의 육체는 산화된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그런 세월을 아까워 하면서도 눈만 감았다 뜨면 어느새 12월이 되어 실습이 끝나는 날을 기다려왔다. 마치 군대처럼.
그런데 분명 다짐하지 않았던가. 군대 밖으로 나가면 다시는 이런 삶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리라고. 권위와 규칙으로 가득찬 삶, 외부의 힘이 나의 일상을 규정하는 삶과 작별하리라고 결심하지 않았던가.
어느샌가, 정확히 말하자면 복학한 이후로 부터 나는 "해야하는 일"들에 얽매어 점차 삶을 버거워 하고 있었다. 올해 초에 들어서야 다시 깨어나 분명 초심을 되찾기로 다짐했었다. 이제 "해야하는 일"은 질려버렸다고 외부세계가 나의 삶을 함부로 끌고가도록 내벼려두지 않겠다고. 나는 멘토를 구하지 않고 삶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겠다고.
이런 다짐들과 다시 이별하여 내가 연구소 실습에 지원하게 된 일은 아마 미래에 대한 막연 불안감 탓이었다. 주변 친구들의 취업에 대한 열정, 하나 둘씩 뭔가를 정하고 달리는 분위기, 구체적 계획은 없이 나의 막연하기만한 유토피아, 주변인들의 안하면 바보라는 식의 말들, 그리고 젊음의 특성으로써의 혼란, 나는 아직 한국사회 그리고 산업이라는 것에 직접 부딪쳐본적이 없다는 자기검열. 똥과 된장의 모호성. 학교가 지겨워서, 여행과 독립을 위한 돈을 모으려고.
그러니까 그 나름의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러니까 실습을 하기로 결정한 일도 결국 내가 똑바로 걷기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지 않았을까. 적어도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볼 필요가 없게 만들었으니까. 만약 하지 않았더라면, 화공기업에 취업했더라면, 퇴사가 아까워 계속 미루었더라면, 다시 나로 되돌아오는 길은 훨씬 멀었지 않았을까. 그럼 잘된 일이다. 실습을 한것은 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