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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Feb 09. 2022

행복은 생각의 질을 다르게 만든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위시 리스트 내용 차이

저 친구는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우리가 누군가를 평가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다.

물론 이 말에 내포된 의미가 긍정적일 때도 있고, 부정적일 때도 있다.


긍정적일 때는

-사고의 질의 좋다.

-창의적이다.

-생각의 범위가 넓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보는 능력이 있다.

-낙관적이다.

-열정적이다.

-도전 정신이 있다.

이런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이고,


부정적일 때는

-비전형적이다.

-비현실적이다.

-부정적이다.

-비관적이다.

-냉소적이다.

-의심이 많다.

-눈치가 없다(푼수다).

-대안 없이 문제만 제기한다.

이런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동의하신다면, 계속 읽어 달라!)


그럼 이런 생각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물론 그 사람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생각의 차이가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한 개인 안에서도 이럴 때가 있다. 한 사람이 어떨 때는 사고의 질이 좋고, 창의적이고,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는가 하면, 동일한 바로 그 사람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비관적이고, 냉소적이고, 눈치 없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 간의 차이를 사람 간(between-subjects) 차이라고 이야기하고, 한 사람 내에서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을 사람 내(within-subjects) 차이라고 부르며, 생각에서도 이렇게 사람 간에 다를 수도 있고, 한 사람 내에서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심리학 연구들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면, 사람 간의 차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니 한 사람 안에서 상황에 따라, 맥락에 따라, 심지어 그 사람 안에서 그때그때 달라지는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 내 차이인 경우로 밝혀질 때가 많다.


누군가 감시하는 상황에서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행동했던 한 사람이

감시가 사라지자,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진짜 사람들 사이에서 차이가 나는 요인들이 존재한다. 성격 특성이나 신념, 고정관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제외한 많은 영역들에서는 한 사람 내에서 일관성 있는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즉 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어떻게 행동했다고 하여 다른 경우에서도 그럴 거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것을 상황 혹은 맥락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부른다.


Photo by Robert Collins on Unsplash


행복이라는 인간의 심리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한 사람이 행복할 때 행동과 불행할 때 행동이 영 딴판일 수 있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 기분파가 아니라, 나는 언제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행동하고,

나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행동과 의사결정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우리 인간은 기분파다.

(물론 모든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진화적으로 후기에 발달한 전두엽의 합리성과 자기 통제력에 영향을 받기보다

진화적으로 초기에 발달한 편도체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바바라 프레드릭슨과 크리스틴 브래니건의 연구에도 이 점이 잘 나타난다(Fredrickson & Branigan, 2005).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모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디오 클립을 보여주거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비디오 클립을 보여준 후,

위시 리스트를 쓰게 한 후, 어떤 내용들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수행해보았다.


그랬더니,


즐거움과 만족감(긍정 정서)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롤러 블레이드 타기 ‧ 수영하기 ‧ 축구하기 등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

-친구 만나기 ‧ 엄마에게 전화하기 ‧ 반려동물과 함께 놀기와 같은 사회적 활동

-봉사하기 ‧ 누군가를 돕기 등과 같은 이타적 활동

-산책 ‧ 긴 시간의 목욕과 같이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한 활동

을 많이 언급하였다.


또한 행복한 비디오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고, 사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보였다.


요약하면, 행복해진 사람들은 '-하자'라는 접근적 목표를 정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반면,


분노와 걱정(부정 정서)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잠자러 가기 ‧ 낮잠 자기 ‧ 꾸벅꾸벅 졸기 등과 같은 휴식 성격의 활동

-누군가를 비난하기 ‧ 때리기 같은 반사회적 활동

을 많이 언급한 반면,


-독서 및 숙제하기 ‧ 보고서 작성하기 ‧ 빨래하기 등과 같은 업무적 성격의 활동과

-먹기 ‧ 마시기 같은 활동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불행한 비디오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고, 사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등을 싫어하고,

그냥 쉬고 싶어 하거나 반사회적이 되는 경향을 보였다.


요약하면, 불행해진 사람들은 '-하지 말자'라는 회피적 목표를 세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구는 행복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방향, 사고와 행동의 질, 의사결정의 방향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은 건설적으로 사고하고, 도전하려고 하며, 친사회적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지만,


불행한 사람은 도전하려고 하지 않고, 반사회적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더 불행해질 수 있는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

지금 생각하고,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마음 상태인가 아닌가?


부디 자신의 행복을 적절히 관리하여 건설적으로 사고하고, 도전하고, 친사회적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와

시간대가 그렇지 않은 시간대보다 더 많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Fredrickson, B. L., & Branigan, C. (2005). Positive emotions broaden the scope of attention and thought‐action repertoires. Cognition & Emotion19(3), 313-332.


*표지그림

Photo by Antonino Visalli on Unsplash


*관련 사이트: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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