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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Sep 01. 2021

행복에는 행복이 없다?

행복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의 다양한 이름

지인들에게 혹은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크게 세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하나는 '글쎄요'라는 반응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있긴 한데, 본인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단다. 다른 사람들은 행복을 경험하는 것 같은데, 자신은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정도는 되어야 경험하는 게 행복이기에 자신은 잘 모르겠단다. 그래서 '글쎄요'다.


또 다른 반응은 '머릿속이 찌릿찌릿해질 정도의 희열과 기쁨'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성관계를 한 후, 절정에서 느끼는 쾌감 정도는 되어야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연예인의 콘서트장에서 모두가 함께 뛰다가 죽어도 모를 정도의 흥분 상태(광란의 밤?) 정도는 되어야 행복이라고 한다. 술을 먹어도 아주 강력하게 취하도록 먹어야 행복이고, 놀이동산에서도 아주 강력한 놀이기구를 타야 행복이다. 그러면서 뭔가 센 것, 더 강력한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맨다.


마지막 반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뭔가 성취를 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남들에게 칭찬받을 만한 뭔가 대단한 일을 했을 때만 행복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나를 우러러볼 때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남들이 나의 신체적 매력에 푹 빠질 때, 내가 가진 돈과 권력에 푹 빠질 때, 그럴 때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 반응은 굉장히 달라 보이지만, 사실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행복은 뭔가 특별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보통 때는 경험할 수 없는 뭔가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세 가지 반응을 하는 사람들 모두 소원이 '일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행복을 경험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흐음... 심각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불행할 수밖에...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 행복을 뭔가 특별한 감정이라고 보시는가? 그래서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자신은 행복을 경험하려고 경험할 수 없다고 보시는가? 성취할 때만 행복이라고? 그럼 성취의 순간을 제외하는 더 많은 날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나의 매력에 푹 빠져야 행복이라고? 그럼 타인과 같이 있지 못한 순간들에서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콘서트장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야 행복이라고? 그럼 콘서트가 없는 날에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내 업적을 칭송하고 우러러봐야만 행복이라고 그럼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을 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또 이렇게 항상 타인의 평가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남들 눈치 보고 사느라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그럼 행복이 뭐냐고?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행복을 이렇게 정의한다(OECD, 2013).


좋은 마음 상태(Good mental states)라고 말이다. 그럼 좋은 마음 상태란 뭔가?


"Good mental states, including all of the various evaluations, positive and negative, that people make of their lives, and the affective reactions of people to their experiences."


먼저 좋은 마음 상태는 내 삶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상태이다.

여기서 평가가 좋다는 것(good)이 꼭 어마어마하고 특별하게 좋다는 것이 아니다.

아무 일도 없는 상태, 특별한 일이 없는 상태, 큰 문제없는 상태를 말한다.

즉 내 삶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는 정도만 되면 행복하다고 볼 수 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면 난 행복한 것이다.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무 일도 없다는 것 자체가 사실 행복이다.

내가 삶 가운데 남들에게 피해 안 끼치고 내 할 일 잘하면서 사는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

내가 여러 가지 어려움과 변화가 있지만, 적절히 적응하고 살아가는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볼 수 있다.


Photo by Yuyeung Lau on Unsplash


다음으로 좋은 마음 상태는 내가 하는 경험들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상태이다.


내 경험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0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Watson, Clark, & Tellegen, 1988).


독자분들도 각자 평가해보시면 좋을 듯싶다.

5점 만점으로 평가하시면 되며,

'1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 5점은 매우 그렇다'

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01) 집중력을 발휘하기 쉬웠는가?(attentive)

02) 일거리를 스스로 찾아서 했는가?(active)

03) 침착하고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잘했는가?(alert)

04)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는가?(excited)

05)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한 일이 있는가?(enthusiastic)

06)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원활했는가?(determined)

07) 감동을 받거나 영감을 받는 일이 있었는가?(inspire)

08) 자부심, 성취감, 뿌듯함을 경험했는가?(proud)

09) 뭔가 새로운 것에 관심(호기심)이 생겼는가?(interested)

10) 나 자신이 적응력 있고 강인하다고 느꼈는가?(strong)


모든 것에서 다 5점일 필요는 없다. 전반적으로 3점 이상이라면 당신은 행복한 것이다.


또한 몇 가지에서는 1점이나 2점이 생각보다 많아도 괜찮다.


3점 이상 되는 것이 5개 라면, 당신은 최근 일주일 간 적어도 행복을 5번이나 경험한 것이고,

3점 이상이 3개라도 해도 당신은 행복을 3번이나 경험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건대,

이러한 평가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영역에서 3점 이상을 체크하지 않은 사람은 현재까지는 보지 못했다.


즉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경험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경험을 매일 한 번 이상,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한다.


이것을 긍정 정서 척도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척도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가?

그렇다. 이 긍정 정서 척도, 쉽게 말해 행복 척도 안에 정작 '행복한(happy)'이라는 단어는 없다.

행복을 측정하는데,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것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이다. 행복은 꼭 행복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뭔가 특별한 상태가 아니다. 행복에는 다양한 상태들이 포함되며, 사실 그 모든 것이 행복이다.

하루에 이런 10가지 감정 중 한 가지 이상에서 3점 이상의 행복을 경험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하루를 보낸 것이다.


이 10가지 긍정 정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메시지는 이것만이 아니다.

막연하게 (특별한) 행복을 좇지 말고, 10가지 긍정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자는 것이다.

행복을 좇지 말고, 뭔가에 집중하라.

행복을 좇지 말고, 일거리를 스스로 찾아서 하라.

행복을 좇지 말고, 침착함과 냉정함, 즉 평정심을 유지하라.

행복을 좇지 말고, 흥미진진한 도전과 경험을 찾아서 하라.

행복을 좇지 말고, 열정을 가지고 어떤 일을 지속해라.

행복을 좇지 말고, 선택과 결정을 명확히 하라.

행복을 좇지 말고, 감동을 받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라.

행복을 좇지 말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라.

행복을 좇지 말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 보라.

행복을 좇지 말고, 자신의 적응력과 인내심과 강인함을 발휘할 만한 일을 해보라.


이런 다양한 경험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행복이라는 특별한 상태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파랑새를 찾아서 저 멀리 떠나지 말자.

파랑새는 우리 집에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파랑새를 뭔가 특별한 존재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파랑새는 늘 내 옆에 있다.


행복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문헌


OECD. (2013). OECD Guidelines on Measuring Subjective Well-being. Paris, FR: OECD Publishing.


Watson, D., Clark, L. A., & Tellegen, A. (1988).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brief measures of positive and negative affect: the PANAS scal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6), 1063-1070.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Artem Beliaikin on Unsplash


*관련 사이트: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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