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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Oct 06. 2022

10. 내 인생의 운전사는 바로 나!

지리산 길 위 학교 에피소드 10


  아이들은 새벽 3시까지 원 없이 인터넷, 휴대폰 하다가 자기로 하였지만 피곤한 선생님들은 각 방에서 먼저 잠이 들었다. 다음날 들어보니 지리산 올라갔다 내려온 팀은 버티다 너무 피곤해서 새벽 1에 잠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팀에 유독 인터넷 게임을 사랑하는 아이들은 새벽 3시 넘어서까지 하다가 들켜 돌아가 책임 수행으로 설거지를 하기로 했단다. 


  어쨌든 오전 9시 기상하여 10시에 출발하기로 했기에 눈 비비고 일어나 씻고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 한 편 무언가 걸렸다. 잘 걷고 마치면 아이들에게 선물로 이벤트 체험을 한다고 약속했는데, 그냥 간다고 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하지? 선생님들과 상의하기 전이었지만, 정확한 정보라도 확인하고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체험 프로그램 진행하는 단체에 전화를 걸었다. 


  일단 서바이벌과 ATV 모두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선생님 몇 분과 상의하여 아이들의 아쉬움과 선생님들의 인솔 피로도를 고려하여 둘 중에 ATV만 타기로 결정하였다. 지리산 중산리에서 산청읍까지 40여분을 달려 체험장에 도착했다. 막내인 15살 대현이가 혼자 운전할 수 있을까 걱정되어 물었더니, 시험 운전해 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선생님 한 분이 뒤에 태우면 된다고 하였다. 


  간단한 이론 교육을 받고 시험 운전에 들어갔다. 부릉부릉! 우와! 멋지다. 이 녀석들 완전 레이서 아닌가. 모두 시험운전 평가를 통과하여 인솔자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두렁 들판을 지나 옆으로 경호강이 흐르는 시원한 강변길을 달려 각자 최대 속도를 끌어올려 마음껏 밟아보는 코스로! 붕붕붕! 우린 사륜 ATV 부대다. 


  인솔자가 우리 앞에서 오토바이로 선두에서 달리면서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확인하다가 이제는 모두가 잘 탄다 안심이 되었는지, 속도를 올리며 치고 나간다. 마음껏 밟으란다. 좋아! 고고! 한참을 달리며 흥이 달아오를 무렵 갑자기 인솔자가 멈춰 선다. 오잉! 4명 이후 뒷줄부터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급커브에서 와리가리 하다가 핸들 조작 미숙으로 한 아이가 넘어졌고, 그로 인해 뒤따르던 모든 이가 멈춰 서서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달려온 것이다.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체험은 신의 한 수였다. 그냥 대전으로 돌아왔으면 어땠을까. 3박 4일간의 마무리가 밋밋하고 허전했으리라. 실망한 아이들의 마음은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참으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ATV 드라이빙을 마치고 아침을 거른 우리는 슬슬 배가 고파왔다. 산청 맛집을 찾아보다가 또 흑돼지는 그렇고 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마음껏 먹기로 했다. 함양휴게소가 반갑게 우리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 앞에서 고민하여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재촉했다. 


  “야! 배고파. 빨리 골라. 주문해.”

  고르기만 하고 주문을 못하는 아이들이 머뭇거린다.

  “선생님! 한 개만 돼요? 2개 시키면 안 돼요?" 


  아이들은 식사를 2개씩 주문해서 먹고 그것도 모자라 핫바, 호두과자 같은 간식을 추가로 먹었다. 순간 1인당 식비를 계산한 계획서가 적어둔 숫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연말까지 식비가 넉넉하다는 회계 선생님의 말을 핑계 삼아 마음껏 먹게 하였다. 마음도 위장도 든든해진 우리는 그렇게 3박 4일간의 행복한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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