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일기
1939년 어느 봄낭에 이 땅에 태어나
올해로 벌써 여든일곱 해를 사신 나의 장모님
인생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이고
역사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삶을 사셨다.
지금도
그녀의 삶은
아직 진행형이다.
삶을 살아오면서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보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것을 겪으셨고
고난
좌절
낙담 속에서도
그는 당당히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한 가정의 기장이라는
잔혹하리만큼 무거운 짐을
지금까지도 묵묵히 지고 오셨다.
그녀의 삶을 무게로 표현한들
얼마나 많은 무게의 추를 단다 할지라도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나의 장모님
그리고
2급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다.
삶이란 것이
내가 원하는 삶
자랑스럽고
뒤돌아본다 할지라도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노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천하를 호령할듯한 기세로
한 시대를 살아오신 장모님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기세로
7자녀를 만들어 내시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대장군 감이란 소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나의 장모님은
그렇게 막내 사위인 나와
29년 전 인연을 맺었다.
"아이고오!"
"저 쪼매난 덩치 가지고"
"밥이나 제대로 벌어 맥이겠나!"
하며
못내 불만에 찬 눈으로
사위인 나를 지켜보시던
그 부리부리한 눈매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집안을 위한 모든 결정에
주저함이 없으시며
불의를 보면 불호령을 치며
자식들을 쥐잡듯이 엄하게 키워냈던
그 기상은 어디 가고
지금은...
2급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다.
약 7년 전쯤부터
어르신의 치매는 급속도로 악화되셨다.
언제 그런 삶을 누리셨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순한 양이 되셨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잠시 절상으로 돌아오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노 ㅜㅜ"
하며...
너무나 괴로워 하시면서
한탄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프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장모님은 곧 정상(?)으로 돌아가셔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되신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오직 현재만 존재하는 장모님의 모습
오늘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소변 실수로 시작을 하시고
하루 종일 가족을 찾아 헤매신다
8살 된 딸을 찾으시고
9살 된 아들을 찾으신다
오후 3시가 되면
자녀들 밥을 해야 한다며
자녀들이 밥을 굶으면 안 된다고
계속해서 부엌을 서성거리신다.
그렇게
걱정과 고민 염려로
하루의 대부분을 다 보내시고
어둑어둑 해지는 밤이 오면
집 나간 자녀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내내 불안해하신다.
방마다 돌아다니신다.
잠을 주무시지 못하신다.
결국 처방된 신경악을 복용하심으로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나와 우리 가족에겐
정상이 아닌 이상한 하루가
당신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하루로
마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한 아저씨인 사위와
막내 여동생으로 알고 있는 딸
그리고
아직 귀가하지 않은 자녀들이
곧 돌아오리라는 다짐을 받고 잠자리에 드시는
장모님의 하루는 이렇게 마감이 된다.
비록 가족의 모습은 다를지라도
아직까지 그녀의 머릿속에
가족은 존재를 하는 것이다.
마구 뒤엉켜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정상(?) 적인 가정은 존재를 하는 것이기에
아직도 요양원을 보내드리질 못하겠다.
그녀의 삶의 마침표는 언제인지를 모른다.
하나님만 아시겠지
사위인 나와
딸인 아내는
정상적인 장모님과 살고 있다.
단지
인지를 하지 못하실 뿐이다.
조금 이상하다고
조금 불편하다고
인연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장모님은 아직도
당당한 삶을 누리고 계시는 것이다.
크리스챤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자녀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장모님과
치매 걸린 장모님과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고 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그녀의 아름다운 삶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우리가 결정지을 권한은 없는 것이다.
그냥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
장모님에게 찾아온 것일 뿐이다.
그것 또한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아름다운 삶의 일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