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일기
치매와 변비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어르신과 변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연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과소평가하면...
오늘처럼 벌어진 일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를 하게 된다.
치매 어르신은
화장실에 가신다고 얘기를 안 하신다.
일부러 안 하시는 게 아니다.
그냥 배가 아프면 아무런 생각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화장실을 가시는 것이다.
그것도 조용히 가신다.
2급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 장모님은
안타깝게도
10대 후반에 습관처럼 행했던
반복적인 행동을 하거나
거의 본능적인 행동을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안타까운 거지
절대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두고두고 마음에 되새기지만
결국 그렇게 되질 않는다.
미워죽겠다!
뭐 솔직한 마음을 숨길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다 수습이 되고 나면
다시 측은지심이 발동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냥 인정!!
암튼...
화장실에 조용히 들어가신 장모님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나오질 않는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어
부랴부랴 화장실을 들어가 본다.
"혹시 똥 누는 거가?"
라고 물어보는데
"응~~~~~ ㅜㅜ"
이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헉! 이런
안 그래도
대변보신 지가 한참 되었는데
이제나 보시려나 저 재나 보시려나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미 변은
저 멀리 배수관 속으로 들어가
똬리를 틀고 말았다.
머리에 식은땀이 흐른다.
약 3개월 전
변기가 막혀 반나절을 고생한 기억이 있었는데
또 그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어르신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결국
오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변기의 레버를 누르는데
예상대로
배수가 되지를 않는다.
게다가
물이 역류되기까지 한다.
가장 기본적인 후속 조치로
배수구를 청소용 솔로 밀어보지만
당연히 될 리가 없다.
두 번째로는
재래식 요법으로 식기세척용 퐁퐁을 잔뜩 부어본다.
(이 방법으로 한번 해결해 본 경험이 있다.)
그리곤 물을 내려봐도 소용이 없다.
세 번째로는
보관하고 있던 압축용 뚫어뻥을 사용해서 시도해 보려는데
공기가 압축이 안된다.
이런!!
다른 방법이 없는데...
물은 계속해서 역류를 하고 있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른다.
할 수 없이 넘치는 물을
바가지로 퍼서 배수구에 버린다.
대략 난감...
시간을 보니
철물점이 거의 문을 닫을 시간이다.
재빨리 자동차 키를 챙겨 들고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가장 가까운 철물점에 들렸는데
문을 닫았다.
두 번째 철물점도 셔터가 내려져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일찍들 문을 닫는 듯
큰일 났다.
다시 바쁘게 검색을 하여
세 번째 철물점에 들렀는데
다행히 문을 닫지 않았다.
"여기 가장 성능이 좋은 뚫어뻥 하나 주세요"
라고 얘기하고 나니
뚫어뻥이 드 거기서 거기라고
두 가지 모델밖에 없단다.
그래도
둘 중에 이천 원 더 비싼 걸로 구입을 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변기로 향해
막힌 변기를 뚫어보는데
안된다!
또다시 절망!
다시 바가지로 변기에서 물을 퍼낸다.
지저분한 물이라는 생각은 이미 잊은 지 오래
오로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질 않고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짓누른다.
도구는 뚫어뻥 밖에 없고
(퐁퐁) 세재와 락스밖에 없으니
방법은...
두 가지를 번갈아서 계속해보는 수밖에 없다.
마음을 조급하게 가지지 말자.
성질을 내지 말고
아직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끝도 없이 되뇌이지만
절망감은 스멀스멀
거기다
장모님은 집에 가야 한다며
계속해서 짐을 꾸리고 계신다. ㅎㅎ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제정신이면
그게 이상한 거지
벌써 변기와 씨름을 한지
세 시간이 넘었다..
자! 다시 시작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세정제를 붓고
뚫어 뻥을 계속 펌프질을 한다.
그리고 대기...
이 동작을 약 5번 정도를 반복하는데...
물속에서
뽀로록! 하면서 거품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고인 물도 빠진다.
마치 속이 꽉 막혀 체했을 때
소화제 먹고 트림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와우!
드디어 변기가 뚫렸다.
이 감동! 쾌감!!
변기의 물 빠지는 소리가
이리도 반가울 줄은 몰랐다.
어르신을 모시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지만
정말 원치 않는 일이고
자주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앞으로
좀 더 감시의 눈을 매같이 해야겠다.
교훈은 그것밖에 없다.
장모님은 교육이 안되니 말이다.
변기는 죄가 없다.
다시 붙들고 사정하고 싶지는 않다.
장모를 미워할 수도 없다.
뭔 일 있냐는 천진난만한 얼굴
미워할 수는 없지만
이쁘지도 않다.
그냥 이해를 할 뿐이다.
앞으로 제발 내 귀에
또 변기가 막혔다
라는 말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