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증오의 끝없는 반복

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일기

by 이순일

치매환자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고생하는 거 다 이해하지만

자식이니 우짜겠노..

견뎌야 한다?

치매환자인 장모님을 모시며 살다 보면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러 가지 공치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다.

바로

정상이 아닌 치매환자를

사랑과 인내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렇지!

아암!

그래야지!

결국 본인이 선택한 삶도 아닌데

스스로가 원한삶도 아니니

긍휼과 인내의 삶으로 바라봐야지...라고

나 자신을

마인드 컨트롤 하며

동기를 부여하지만

어떨 때는 정말

미치도록 화가 나는 순간이 있다.

미치도록 미워지는 순간이 있다.

사랑이고 뭐고

다 필요 없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 살인이 나고

이래서

소위 언론에서 말하는

노인학대의 이야기가

남얘기가 아니었구나 하는

그런 공감의 순간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딸인 와이프에게

나 이렇게 힘들어하고

하소연이라도 할라치면


"그럼 이제 그만 양로원에 보내자!

당신이 너무 힘들어 하자나!!"


라고

약간은 불만에 찬

감정 섞인 어조로

나에게 돌아온다.

결국

당신이 힘들어하니까 라는...

내가 장모님을 양로원으로 보내는

원치 않는 스토리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도 조심하고

감정도 조절을 하고

여러기지로 나를 다스려보지만

그런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장모님은

날을 잡는 경우가 있다.

치매환자로서

감정의 기복이 극에 향하는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일단 잠을 주무시지 않는다.

보통은 숙면을 취하신다.

전날 오후 10시쯤 시작한 잠이

다음날 오후 1시에서 2시까지 주무시는데

오전 9시쯤 잠에서 일어나신다..

그리곤

하루 종일 돌아다니신다.

배가 고프시다며

주방에서 계속 서성거리신다

밥을 해야 한다며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계속해서 돌리신다.

이 동작을 한 시간 내내 하신다.

식사를 하시고 나면

집에 가야 한다며

현관문을 계속 여신다.

약 두어 시간 동안

끊임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시려 한다.

마음 같아서는 확!

내 보내드리고 싶지만...

결국 나가시면

그 고생의 몫은

고스란히 나의 차지가 된다.

고분고분하시던 성품은 어디 가고

행동이 거칠어지며

원하시는 일을 해줄 때까지 멈추질 않는다.

심지어는 욕까지 해대신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이 일은

저녁 9시가 훨씬 넘어서야 수그러지신다.

평소보다 2 배내 지는 3배나 더 긴 하루인 것이다.

사랑? ㅎㅎㅎ

이런 날은

하나님 저 좀 잠깐만 눈감아 주세요 하고

증오가 쌓이게 된다.

치매환자라는 걸 알면서도

사회적 나약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소리를 내기도 하고

화도 내어보고

밀쳐 보기도 하지만

결국 장모님은 치매 환자인 것이다.

이런 날의 증오는

너무도 당연한 현상인데..

결론은

긍휼과 사랑으로 마무리를 하여야 한다.


근데..

미운 건 미운 것이다

이런 날은

아무도 나를 위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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