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배우기-2
아기는 1살입니다. (한 살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만으로는 0살이지요. (만 0살이라니! 나이가 없잖아!!)
연령이 없고 월령이 고작 3개월일 뿐인 나의 아기. 새삼스레 너무 아기라서 마음이 아련합니다.
그런데 이 아기가 어떤 때는 인생의 비밀을 알려주기 위해 나에게 찾아온 스승님 같을 때가 있어요.
거대한 수학 공식 같은걸 알려줄 순 없지만 아주 단순한 인생의 비밀 같은걸 알려주는 스승님이랄까.
그동안 나는 매일 아침 어떻게 일어났던가... 생각해보면은, 일단 눈을 못 뜹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루가 마무리되는 밤이 아닌 하루의 시작인 아침이 피곤의 극에 달한 상태.
회사에 가기 위해 나에게 얼마만큼의 남은 시간이 있는지 확인하곤 다시 실신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죽어있다가 신음을 뱉으며 겨우 겨우 일어나서는,
몸을 질-질- 끌면서 세상 쩔어있는 얼굴을 한 채 화장실부터 향하지 않았던가...라고요.
세수를 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쳐다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기는 신기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눈 앞에 펼쳐진 작은 세상을 둘러보면서
지금 자기 눈 앞에 보이는걸 편안히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육아휴직 이후에도 나는 아침이 오면 주로 침대에서 실신상태로 쓰러져 있는데
아기 해온이 깨어나 있다가 지루해져서 뭐라고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로 쫑알쫑알 나를 부르면 그제야 인사하기 위해 아기침대로 다가가 내려다봅니다.
그때 스승님께서는 날 향해 (이제는 빙그레 차원이 아닌) 세상 밝은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나를 보고 해맑게 웃다가 이어서 꺄르르르르 하면서 팔다리에 경련까지 일으키며 좋아합니다.
이렇게 좋아하다니.
매일매일 이때마다 감동합니다.
그럴 때마다 내 존재 자체가 기적 같고 신비스러운 체험 같습니다.
빙그레 웃는 어린 아기의 미소, 그걸 보는 나 자신의 두 눈. 이 모두가 기적이었구나.
어쩌면 나는 날마다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기적을 겪고 있었던 거구나.
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사는 게.. 슬픕니다.
그 와중에 꿈은 멀리 있고 머리는 계속 미래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주아주 멀리 있는 별에서 왔을 내 아기로 나에게 찾아온 스승님께 배운 이 단순하지만 삶의 핵심적인 비밀을 나의 명상으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가만히 숨을 들이쉬고 내 쉬어보기.
- 그리고 빙그레 웃어보기.
다른 멀리 있는 미래 말고,
머리 아픈 감정들도 말고,
바로 지금.
지금 이 순간을 살겠다고,
지금 이 순간만이 삶입니다.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지금 내 삶의 이 순간
이 기적들을 향해
빙그레 웃기.